ⓒ사진=임성균 기자
가난으로 인한 일상에 찌들리며 살아가는 장남의 눈에 아버지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며 아버지에게 아들은 '사고뭉치'일 따름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끊임없이 갈등한다. 가난과 삶이 안겨준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기란 아들에게 더 없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오는 11월8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시 사람들'(감독 박철웅ㆍ제작 씨네라인)에서 조한선은 끊임없이 아버지(김갑수)와 충돌하며 갈등한다.
"돈과 삶에 찌들려 살아가는, 그래서 인생이 지긋지긋한" 극중 조한선에게 아버지는 "가장 노릇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자신은 "찌들고 지치고 괴롭고 외로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가장 아닌 가장"이다.
두 부자와 조한선의 누이(유민) 그리고 두 동생 등 서울 강남의 한 복판 판자촌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특별시 사람들'에서 조한선은 그런 일상을 산다.
조한선은 그리고 자신의 실제, 그러나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조한선은 "아무리 효자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모두가 불효자다"며 말문을 어렵게 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 조한선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한동안 병과 싸우다 돌아가셨던 것이었다.
조한선은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그 동안 겪은 아픔을 털어놓았다.
영화 '늑대의 유혹'을 찍고 나서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오늘의 아들을 있게 한 영화 데뷔작을 온전하게 보지도 못한 채였다.
그러기까지 아버지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다.
"내가 중학생 시절,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뇌를 다치셨다"고 말한 조한선은 "아버지는 그 후로 의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셨고 내가 배우가 된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가 투병하시던 때, 나는 사춘기였다"면서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미치겠더라. 삶에 찌든다는 것, 그게 뭔지를 그 때 알았다.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었다"며 조한선은 회한에 젖었다.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의 변을 봐드려야 했다"면서 "학교에서는 운동(축구)을 하느라 선배들에게 시달리고 집에 와서는 또 그렇게 힘겨웠다"고 되돌아봤다.
자신이 아버지에게는 "그저 망나니였을 뿐이다"며 잠시 서글픈 표정으로 작은 한숨을 내쉰 조한선은 "납골당에 계신 아버지를 가끔 찾아가 뵙는다. 그리고 '아버지, 저 왔어요'라고 인사를 드린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영화 '열혈남아'로 춘사대상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아버지를 향한 눈물을 삼키며 스스로를 그리고 아버지를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