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CD는 죽고, 가수는 멸종하고 말 것"

9집 'the secret of colors 2' 발표

김원겸 기자  |  2007.10.17 10:16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신경 쓰였고 초조하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여유 있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가수 이승철. 그가 미국에서 3개월을 바쳐 완성한 9집에는 비장함이 묻어난다. 그는 1년 만에 나온 새 앨범을 소개하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앨범”이라고 했다.


한국 음반시장의 극심한 불황을 더 이상 ‘잘 될거야’라는 희망으로만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순제작비만 2억원을 투입한 이번 앨범의 초도물량은 4만 장. 여느 가수와 비교하면 꽤 많은 물량이지만 그는 상실감을 털쳐낼 수 없었다고 한다.

불과 5년전, ‘네버엔딩스토리’는 40만 장, ‘긴하루’는 30만장이 팔렸고, ‘소리쳐’는 불황의 늪에서도 18만장이나 판매됐다. 이번 9집은 초판 4만장이라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고.


지난 7월 초 미국으로 녹음을 떠날 때만 하더라도 설렘이 앞섰지만, 두 달 반 녹음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의 음반시장은 이미 ‘죽은’ 상태였던 것이다.

“CD를 찍어도 이젠 인쇄비도 안나올 지경이에요. 디지털 음반은 인지대(저작권협회에게 저작권을 위탁하며 지불하는 약정금), 임가공비 없어도 돼 수억 원을 아낄 수 있어요. 곡수도 자유롭게 정해도 되고. 하지만 디지털 음반도 이동통신사가 수익을 절반 이상 가져가다보니 제작자들의 제작의욕이 또 꺾여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승철은 이런 환경을 설명하며 “가수는 노래만 하고 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오락프로그램에서 뜨면 다행”이라며 “가수도 (CD처럼) 곧 멸종되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승철이 말한 ‘가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오로지 노래만 하는 가수를 뜻한다.

이승철은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9집에 정성을 쏟았다. 판매량에 초탈해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음악적으로 다듬었다.

앨범 제목은 ‘the secret of color2’. 94년 발표한 ‘색깔속의 비밀’의 2편이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 당시 ‘색깔속의 비밀’은 거액을 들여 미국 뉴욕에서 녹음을 했지만 너무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이승철은 ‘명품 소리’를 만들고 싶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에도 세계 최고의 연주인들과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명품소리에 도전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세계적인 연주인들은 17명으로, 모두 마이클 잭슨, 마돈나, 스팅, 프린스, 엘튼 존, 에릭 클랩튼 등과 작업한 특급이다. 이들과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면서 한국적인 멜로디를 얹었다. 음악성과 대중성의 접목이다. 특히 ‘I Swear’로 잘 알려진 아카펠라그룹 올포원이 3곡을 선사했고, 코러스에도 참여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보한다.

타이틀곡은 ‘사랑한다’로 여느 때처럼 이번에도 이승철 팬클럽이 결정했다. 8집 수록곡 ‘시계’를 작곡한 강지원 작품인 ‘사랑한다’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미국식 록 사운드가 잘 어우러졌다.

강렬한 리듬과 터틀맨의 시원스런 랩이 버무러진 첫 트랙 ‘Part Time Lover’는 산타나 스타일과 70년대 디스코 사운드, 브라스 밴드의 힘찬 연주가 접목돼 복고가 유행처럼 번지는 지금 세대와 잘 맞다.

지난 1월 결혼한 이승철은 음반 곳곳에 가족애를 슬며시 묻혀뒀다.

미국 할리우드 선셋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며 인근에 20평 아파트를 빌렸던 이승철은 저녁이면 아내와 와인잔을 들고 석양을 바라보며 그날 녹음한 노래를 들으며 행복을 느꼈다. 또한 수영장에서 마음에 드는 또래 남자에게 잘 보이려는 열네 살 딸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부성애도 느꼈다.

“결혼했다는 사실이 수줍을 정도로 좋아요. 음반 작업하는데도 그 영향력을 무시 못하겠더라구요. 앨범 작업의 시작도 아내가 했고, 제가 녹음에만 열중할 수 있게 모든 일을 다 해줬어요.”

그는 미국에서 녹음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딸과 함께 귀국했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란 딸을 위해 서울 용산에 위치한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고 등굣길을 배웅하는 등 자상한 아빠가 됐다.

이승철은 다음달부터 전국투어에 돌입한다. 오는 11월3일 의정부를 시작으로 내년 3월1일 성남까지 순회하는 대장정이다. 이승철은 “노래만 들려주는 공연이 아닌 ‘공연 문화’를 팔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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