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모습. ⓒ사진=홍봉진 인턴기자
네티즌의 투표로 수상자를 뽑는다는 야심찬 기획으로 시작된 제1회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이 수장자들의 참석 거부와 생방송 취소 등 파행으로 얼룩졌다.
19일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제1회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시상식이 우여곡절 끝에 개최됐다.
당초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SBS의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연기대상 시상식은 수상자들이 대거 불참하겠다고 통보하자 행사 전날인 18일 오후 10시 생방송이 전격 취소됐다.
시상식은 수상자들이 대거 불참하자 온통 대리수상으로 점철됐다.
남여주연상과 조연, 신인상 등 수상자들이 대부분 불참하고 유승호, 김석훈, 이경희 류덕환, 고아성, 김윤진 등 배우들과 '화려한 휴가'의 제작사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와 김지훈 감독 등 수상자 8명만 참석해, 축하무대에 선 9인조 여성그룹 소녀시대보다 수상자가 더 적은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19일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에서 '한국을 빛낸 영화배우상'을 받은 김윤진.ⓒ사진=홍봉진 인턴기자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화려한 휴가'는 김지훈 감독과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가 참석해 시상식의 체면을 살려줬다. 또 객석을 채운 500여 관객들은 '월드스타' 김윤진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관객들은 처음 배우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는 환호성을 터뜨렸다가 대리수상이 계속되자 실망을 금치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상자 대부분은 매니저와 선배 연기자들이 무대에 올라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대리수상자 뿐만 아니라 시상자 또한 찾지못해 행사 직전까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은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시작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사진=홍봉진 인턴기자
수상자를 모두 네티즌 투표를 거쳐 선정해 대중이 외면한 진정성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영화제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에 영화를 만드는 한 축인 촬영, 조명, 의상 등 제작진에 대한 수상 자체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하루에 한 표씩 투표를 허용하다보니 슈퍼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꽃미남연쇄테러사건'이 소녀팬들의 '출근 투표'로 작품상 2위에까지 오르는 등 문제가 노출됐다.
배우들의 불참에 영화제측이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14일 수상 결과를 발표한 뒤 공식적인 참석 요구를 하지 못했던 영화제의 불찰도 크다. 상을 줄테니 참석하라는 통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없었던 상들이 참석자에 따라 급조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류덕환과 고아성이 탄 '영스타상'은 이들이 참석함에 따라 급하게 결정됐다.
김갑의 집행위원장은 시상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영화와 성인 영화를 구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소속사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겠다"고 미흡한 부분을 시인했다.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화려한 휴가 ▶감독상=김지훈(화려한 휴가) ▶남우주연상=조승우 ▶여우주연상=김혜수 ▶남우조연상=김윤석 ▶여우조연상=나문희 ▶신인상=정지훈, 김아중 ▶아역상=유승호 ▶최고의 액션연기상=김래원 ▶최고의 눈물연기상=김상경 ▶최고의 웃음연기상=김수미 ▶카메오상=이범수 ▶베스트커플상=주진모 김아중 ▶연기부문 공로상=김석훈 이경희 ▶영스타상=류덕환 고아성 ▶한국을 빛낸 영화배우상=김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