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옥소리, 언론이 '마지막 페어플레이 기회' 앗아갔다

[기자수첩]

길혜성 기자  |  2007.10.29 14:12
"박철씨의 애정 결핍으로 지난 결혼 11년 동안 부부관계를 가진 것은 10여 차례에 불과하다. 이혼 사유는 박철씨의 애정 결핍 때문이며 이로 인해 저를 따뜻하게 대해 준 정모씨와 3개월 동안 연인 관계로 지냈다."(28일, 옥소리)


"차에 치인 기분이다. 옥소리의 주장은 98%가 거짓이다. 이미 지난 20일 옥소리를 간통 혐의로 형사고소했다."(29일, 박철)

그 동안 적지 않은 연예 스타 커플의 이혼을 접해봤지만, 이렇듯 '독한 멘트'들은 유례가 없었던 듯하다.


지난 15일 박철-옥소리 커플의 파경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박철은 이혼 사유에 대해서 만큼은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자제해왔다. 옥소리 역시 친정에 은둔하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비록 파경으로 치달아갔지만 두 사람은 지난 11년 동안 함께 지냈던 상대에게 최소한의 배려를 하는 듯했다.

여기에는 어찌보면 '독해' 보일 수 있는 이혼 사유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행여나 사랑하는 8살배기 딸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터이다. 이는 박철이 파경 소식이 알져진 뒤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났을 때인 지난 16일 "딸 아이 만큼은 보호해달라"고 말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던 광경을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그 후 보름여가 지난 지금은 상황이 너무 바뀌어 있다.

옥소리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부부 사이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관계 횟수' 및 '박철의 사채 이용' 등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이에 박철은 29일 "옥소리는 모친 자격을 없으며, 간통 혐의로 이미 형사고소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렇듯 박철과 옥소리가 비교적 잠잠했던 2주전과는 달리 '폭로전' 양상을 띄게 된데는, 이번 사안을 다룬 언론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느낌이다.


시간을 거슬러 2주 전으로 올라가 보자.

박철은 당시까지만 해도 "옥소리의 외도가 이혼의 이유였느냐"의 취재진의 질문에 직답을 회피하며 "원만하게 끝내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16일 오후 한 인터넷 매체가 '단독'이란 타이틀까지 붙여 '박철-옥소리 파경이유, 연하 외국男과 외도 때문' 이란 기사를 웹상에 올리면서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이 기사에는 파경 이유를 이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인 옥소리와 박철의 언급은 단 한줄도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기자 이름도 달지 않는 기사 양산으로 유명한 몇몇 인터넷 매체들을 이 기사를 그대로 인용 보도하며 이번 사안을 '이전투구양상'으로 치닫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후 적지 않은 매체들도 박철과 옥소리의 본인의 말이 아닌 '측근' 혹은 '최측근의 말'을 인용 보도하며 "누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 "옥소리의 외도 의혹에 대한 박철의 입장" 등을 앞다퉈 보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들은 박철과 옥소리의 갈등과 오해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 28일 옥소리의 기자회견이 있기 전까지 당사자들의 '이혼 사유'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거의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 사이 박철은 지난 20일 옥소리를 간통혐의로 추가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사실 옥소리와 외국인 요리사 G씨의 관계 의혹은 16일 한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화하 전부터, 이번 사안을 취재하고 있던 기자들 사이에는 널리 퍼져있던 소문이었다. 또 이를 기사화하면 적지않은 '흥미'를 유발할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경 당사자들인 박철과 옥소리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많은 언론은 이를 기사화화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언론의 가장 큰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이란 점에 비춰볼 때 이는 어찌보면 직무유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보도'와 '공정 보도'란 틀이 갖춰졌을 때에만 '알권리'를 운운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박철과 옥소리의 입에서 나오지 않은 '이혼 사유'는 '사실 보도'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

단순한 정황과 측근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바탕을 둔 기사는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쓰여졌다기보다는 '단순한 흥미 유발'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많은 매체들이 박철과 옥소리의 이혼 사유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사안이 아닌 스타 커플들의 파경과 그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부분, 즉 흥미 유발적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각종 방법을 동원해 파헤치기보다는 최대한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근거해 사실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박철과 옥소리가 '독한 폭로전' 양상을 펴고 있는 지금, 일부 언론이 박철과 옥소리 커플에게 마지막 '페어플레이의 기회'마저 빼앗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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