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원더걸스, 15년 세월을 잇다

윤여수 기자  |  2007.11.09 16:53


지난 1992년 그룹 시나위의 베이시스트 출신인 서태지라는 청년이 두 명의 댄서 출신 가수와 함께 등장해 아직 한국 가요계에서는 낯선 '랩'을 선보였다.


'난 알아요'라는 노래의 전반부에 깔린 길고도 빠른 템포의 랩은 그러나 낯설지만 그래서 더욱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고 향후 한국 가요계를 뒤흔든 서태지와 아이들이란 그룹의 탄생을 알렸다.

그로부터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전후 2~3년 사이에 태어난 5명의 소녀들이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그룹 원더걸스는 '소녀그룹'이라는 별칭이 감당해낼 수 없으리 만큼 커다란 반향을 모으고 있다. 그들의 노래 '텔미'는 이제 '국민가요'로까지 불릴 정도가 됐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원더걸스의 사이에 놓인 15년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그리고 이들은 서태지가 오는 29일 데뷔 15주년 기념앨범을 내놓고 내년에 정규 8집 음반을 발매할 것으로 알려져 나란히 대중과 만나게 됐다.

# '신드롬'과 '신드롬'으로 잇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대중의 환호는 90년대 이후 대중문화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트로트와 발라드를 위주로 하는 대중가요계에서 80년대 조용필에 환호했던 10대들은 그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리듬을 타고 무대 위를 뛰어다니던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했다.



이들의 랩을 내세운 음악은 또 이후 댄스그룹들을 양산하게 했다. 또 이들의 거침없고 당돌한 이미지는 90년대 신세대들의 새로운 행동양식과도 어우러지며 '서태지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들이 노래하는 사랑과, 사회에 대한 발언과, 청춘들의 자화상은 또래들은 물론 10대들의 대중문화 소비 방식도 바꿔놓은 셈이다.

그야말로 파격과 전혀 다름이라는 코드는 당시 시대의 젊은이들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15년 뒤.

원더걸스는 '친숙함'이라는 무기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아니, 그들이 '텔미'라는 노래와 그 안무로 꾸며진 춤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았고 이는 다시 그들이 매우 친숙한 '이웃집 소녀'와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른다.

디스코풍의 멜로디로 이어지는 쉬운 가락은 대중의 귀에 중독성으로 남았다. 그 만큼 쉬운 댄스 동작 역시 UCC 등을 통해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는 다시 10대에게는 또래로서 '친숙함'을, 20대에게는 마치 '여동생'의 이미지로서 '친숙함'을, 30대 이후 세대에게는 디스코와 복고풍의 멜로디 혹은 코드로서 지나간 시절이 주는 '친숙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15년을 사이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움직인 주역들의 양상은 그렇게 변화하고 또 진화해왔다.

# 붕괴된 시장을 메우고 잇다

올해 상반기 단 두 장의 음반만이 10만장의 판매고를 넘어섰다.

'밀리언셀러'라는 이름으로 호황을 누린 90년대 초반의 양상은 15년 뒤 그렇게 바뀌었다. 디지털 문화의 발달은 그 광채나는 현실 뒤로 대중가요 음반시장의 깊은 침체를 가져왔고 이제 10만장이 팔려도 '대박'이라 불리는 또 다른 현실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태지의 15주년 기념앨범 '[&] SEOTAJI 15th ANNIVERSARY'는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에도 예약 개시 1분 만에 1만5000장 전량이 모두 판매됐다.

물론 원더걸스의 음반은 그들의 인기와 폭발적인 관심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바, 여기에 있다.

늘 '음악으로서만 대중과 호흡하겠다'는 서태지의 생각에 화답하듯 팬들은 그의 음반을 구매했다.

그리고 원더걸스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스타상'으로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디지털 음원 등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시대를 그대로 맞아들이면서 이들의 '텔미'는 휴대폰 벨소리와 컬러링으로 소비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가요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들로 인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붕괴에 가까운 불황과 침체의 가요시장에 비하면 아직 그 힘은 '미약'한 듯 보이지만 결국 또 다른 르네상스를 꿈꾸는 관계자들과 대중에게 이들은 작은 희망을 피워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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