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이제 세상을 좀 알았어요”

김원겸 기자  |  2007.11.17 12:32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그래서 잘 해보려는 마음도 퇴색되고…. 일이든 사람이든 내 맘 같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을 자꾸 다르게 보는 것 같고….”


커다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시원스런 성량으로 막힘없이, 그 동안 삭여뒀던 속내를 풀어놓는다.

가수 겸 연기자 성은은 지난 몇 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겪을 수 있는 모진 일들을 많이 겪은 듯했다. 2년 만에 만난 반가움의 인사는 예전 느낌 그대로 씩씩하고 정겨움이 넘쳤지만, 대화 속에는 또래에서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었다.


스스로도 “지난 몇 년간 많이 성숙해진 것 같고, 세상을 좀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다”며 그 동안 겪은 고달픔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 "과거가 자꾸 제 발목을 잡네요"


무엇보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성인영화에 출연했던 경력이다. 성은은 세상에 얼굴을 알린 첫 모습으로 인해 가까운 길도 멀리 돌아가고 있다. 그 자신은 주위 사람의 말을 믿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도 어린 나이에 순진했던 탓에 ‘영화 찍자’는 말에 6개월에 100만원을 받고 계약을 했다. 그저 영화인 줄 알았던 성은은 노출이 심해지자 괴로웠지만 6개월을 꼼짝없이 버텨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에로배우로 너무 유명해져버렸다.

“목표에 다다랐는데 과거가 나의 발목을 잡네요. 나의 땀, 눈물이 무시되고 퇴색되고 마네요. 내 과거가 창피해 숨기고 싶고 지우고 싶어 그런 게 아니예에요. 다만 나의 미래를 위해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몇 년을 눈물로 보낸 뒤 대학에 진학하고 연기자와 가수로 복귀했지만, 사람들은 또 그의 ‘과거’만 떠올렸다.

“그런 사람들의 눈길이 날 소극적으로 만들게 된답니다. 실제로 과거 성인영화 출연 경력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못한 적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내가 스스로 위축되더라구요. 제 미래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성은의 목소리는 회한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죠. 나는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 모습이 예쁘게 보이고 싶어요. 잘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매번의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을 위해. 그런데 자꾸 과거 이야기가 나의 발목을 잡네요.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납니다.”

성은은 다소 목이 멨고,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성은은 인간관계에서도 갖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그래서 잘 해보려는 마음도 퇴색된다고 했다. 2004년 가수로 데뷔할 때도 춤추면서 열심히 라이브했고, 무대에서 돋보이도록 기획사에서 잡은 콘셉트대로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은 달리 생각했다.

“일이든 사람이든, 내 맘 같지 않았어요. 내가 보여주려 했던 것보다 자꾸 다르게 보는 것 같고, ‘달콤한 스파이’에서 맡은 역할로 인해 데니스 오 팬들에게 욕만 먹고…. 내가 의도했던 대로, 준비했던 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많이 배웠죠. 시행착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이 배웠어요.”

◆ "그래도 전 웃을 겁니다."

그래도 성은은 자신에 관한 편견에 때때로 발목을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다 보면 진심은 통하고, 대중들도 자신의 본 모습을 보게 될 거란 믿음을 더욱 갖게 됐다.

“주어진 배역이나 콘셉트에 따라 혹 꾸며지는 부분도 많겠지만, 항상 진실하고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합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하지 않겠어요?”

한참을 이야기하고 난 후 성은은 쌓여있던 무엇인가를 다 털어낸 듯, 다시 특유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당부했다.

“과거의 모습만 보지 말고, 현재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예쁜 모습을 보이려 하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좌절에서 일어나는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저도 이젠 절 가두지 않고 나의 솔직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릴 겁니다.”

늘 미소를 머금고, 잘 웃는 성은은 "혹 상처가 있다고 울고 있을 순 없다"며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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