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CJ엔터 대표 "내년 20편에 600억 투자"①

'다시 뛴다, 한국영화 2008' 한국영화 메이저 릴레이 인터뷰

김관명 기자, 전형화   |  2007.11.19 14:43
2007년 한국영화계는 IMF 직후의 한국경제처럼 각종 위기설에 휘청였습니다. 거품으로 가득찼던 2006년의 직격탄을 받은 셈이지만 한숨과 걱정이 1년 내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노력 역시 눈에 띄는 한 해였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2008년 한국영화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을 응원하며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제작사 CEO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다함께 잘되도록 노력하겠다."

사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사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내년 라인업에 대한 소개 끝에 이같은 말을 덧붙였다. 한국영화계가 혹독한 겨울을 보낸 2006년, 100억원 가량의 적자를 예상하지만 결코 영화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07년은 2006년의 반성으로 시작했다. 위축된 시장 탓만을 할 수 없다. 불필요한 확장도 있었고 부족했던 면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의 이윤은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이윤과 아울러 한국영화계가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영화계에 20편 가량 600억원 가까이 투자 계획이 서있다"는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배급사와 제작사간의 원활한 '피드백'으로 웰메이드 영화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올 초 20편 이상 800억원 가량을 한국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와이드 릴리즈를 한 영화만 16편이 된다. 외화를 12편 배급했으며, 해외 공동투자가 3편이고, 인디영화 4편에 투자했다. 메인투자와 부분투자를 포함해 600억원 내외를 투자한 것 같다.

-CJ엔터테인먼트가 3년 연속 적자를 겪었다. 올해도 부침이 예상되는데.


▶시장 탓만을 할 수는 없다. 불필요한 확장에 선구안도 모자란 측면이 있다. 지난해 300억원 가량 손해를 봤으며 올해도 100억원 가량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에도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윤이 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법을 구축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듣자면.

▶영화사업이 도박 같은 측면으로 진행됐던 것이 있었다면, 합리적인 결정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마련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제작사들과 기획 단계부터 협의를 할 생각이다.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 제작사를 존중하며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제목과 캐스팅, 진행 과정과 마케팅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내년 라인업 중 대작이 많은데.

▶좋은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을 비롯해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3'와 '신기전', '모던보이' 등이 있다. 정윤철 감독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봉준호 감독과도 함께 할 생각이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장동건 주연의 '런드리 워리어'도 검토 중이다.

사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사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들이 20%가 채 안될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도 그같은 우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점에 달했다고 시장에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어렵지만 지켜나가야 한다.

-한국영화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메이저 배급사들이 외화 수입에 치중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한국영화 편수가 줄어들면 외화에 관객이 길들여지고, 그러면 다시 한국영화가 더 줄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일단 파라마운트 영화를 배급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국영화와 균형을 맞출 것이다. 포커스는 한국영화다. 자국 내에서 20~30% 점유율을 가진 상태에서 한국영화의 발전을 운운할 수는 없다.

-지난 7월 한국영화대타협선언이 있었는데 메이저 배급사로서 전망을 밝히자면.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작비 절감과 아울러 영화 관람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한국영화 평균제작비를 마케팅비를 포함해 50억원이라고 할 때 170만명이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춘다. 2차 시장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런 구조는 공멸을 낳는다. 영화계 전체가 서로 양보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40~50만 가량 관객이 들어와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작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당초 올해 극장에 인디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는 캠퍼스 극장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돈을 받고 영화를 상영하면 안된다는 관계 법령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후회하지 않아' 같은 좋은 영화들을 장기적으로 상영할 수 있다. 작은 영화라도 수익성이 보장되면 펀딩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현재 영화 수익구조가 극장과 부가판권이 80대 20 구조인데.

▶DVD 시장이 어렵다지만 여전히 DVD를 찾는 소비자는 존재한다. 부가시장이 어렵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부가시장을 보완하며 아울러 윈도우를 다변화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해 아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이 줄고 있지만 CJ엔터테인먼트는 일본과 중국, 미국 시장까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접근을 계속하고 있는데.

▶해외시장 진출을 반성없이 할 수는 없다. 한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파워풀하다. 우리는 한국영화인들과 힘을 합해 합작영화로 '로컬화'에 전력할 생각이다. 중국시장은 선점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CCTV와 TV영화를 만드는 것부터 다양한 접근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들어가서 메이저가 될 수는 없다. 대신 틈새 시장을 노린다. 현재로서는 시딩(Seeding)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디 워'처럼 와이드릴리즈를 할 수도 있겠지만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거스트 러시'공동제작 형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국경의 남쪽'과 '검은집'을 내년 직접 배급할 생각이다. 일본 역시 공동시장을 염두에 두고 합작영화를 추진하려 한다.

사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사진=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올해 '화려한 휴가'가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역대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영화가 최고 성적을 냈는데.

▶꿈만 같았다. 처음에는 예산이 너무 컸고, 5.18이라는 민감한 소재라 망설였다. '그 때 그사람'에서 한차례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김지훈 감독을 믿어서 투자를 결정했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물론 천만영화를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 천만은 하늘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2008년 영화시장을 전망한다면.

▶현재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 연중 1억 6000만명에 달한다. 내년에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갑작스럽게 1억 7000만명으로 늘 것 같지는 않다. 20대와 함께 30~40대를 끌어올 수 있는 작품이 계속 나와야 한다.

-내년에는 이동통신사가 배급시장에 뛰어드는 등 배급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는데.

▶새로운 자본이 투입되는 건 환영한다. 뉴플레이어들이 들어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영화가 본업이 되지 않으면 황폐화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온 뒤 2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모바일로 가게 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신규 자본이 쏟아져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 영화에 대거 투자를 했던 2006년이 되풀이 된다면 한국영화에 대한 외면이 일어날 수도 있다.

- 영화시장이 위축되면서 충무로에는 CJ가 메인투자 비율이 50% 정도라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단지 그전에는 관계 때문에 패키지로 계약을 하는 게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런 것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히려 제작사에 제안을 하고 싶다. 투자사와 제작사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시나리오가 완고가 된 뒤 투자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함께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리스크를 줄여가는 방식을 꾀하자는 것이다. 또한 와이드 릴리즈가 왕도는 아니다. 영화 사이즈에 맞는 개봉 규모를 서로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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