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역한 문희준 ⓒ임성균 기자 tjdrbs23@
'신병' 문희준에서 '예비역' 문희준을 다시 만나기까지 정확히 2년이 지났다. 야전상의를 입고 예비군 표식이 붙은 모자를 눌러 쓴 문희준은 마치 피부 관리를 받은 사람처럼 뽀얗고 깨끗한 피부였다. 체중도 적당히 빠져 한층 날씬해 보였다. 입대 당시의 어두웠던 표정은 전혀 없었고, 시종일관 밝았다.
20일 오전 8시 부대에서 전역식을 마치고 예비역이 된 문희준을 그의 서울 삼성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문희준은 부대 내에서 1년 가까이 다이어트와 꾸준한 운동을 한 결과 12.7kg를 감량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문희준과 나눈 일문일답.
-얼굴이 보기 좋다. 몸도 날씬해졌는데, 운동을 했나.
▶그 동안 살찐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져 속상했다.(웃음) 상병이 되자마자 열심히 운동했다. 하루 2시간 30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11개월 동안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 일과 후 TV도 보고 싶고, 후임병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일과가 끝나면 운동만 했다. 부대에서 유일한 식이요법은 그냥 굶는 것이었다. 그래서 몸무게가 12.7kg이나 빠졌다.
-그토록 살을 뺀 이유는 무엇인가.
▶제대 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군복무하면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내 변한 모습을 처음 보여줄 수 있는 건 우선 겉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를 가꿨다. 예전 활동하던 당시보다 더 빠졌으면 좋겠다.
-군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팬, 음악, 가족…. 항상 지나쳤던 사람들…. 스태프, 코디네이터 등 날 챙겨주던 사람들, 묵묵히 나를 챙겨줬던 사람들이 너무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군대 안 갔다면 몰랐을 고마움이다. 또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복된 일상이 소중한 줄 몰랐는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군대 안 갔으면 끝까지 몰랐을 것 같다.
-연예병사 생활은 어땠나.
▶보람찬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연예병사 면접을 볼 당시 심사관으로부터 연예병사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임무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1년 4개월 동안 전부대를 다 돌아다니며 열심히 했다.
-연예병사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국군방송에서 라디오 DJ를 했는데, 일반 사병들은 밤 10시면 취침해야 하는데, 난 방송이 끝나는 시간이 10시였다. 씻고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면 12시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다 새벽 1시쯤 잠들지만, 기상은 다른 사병들과 똑같이 6시에 한다. 주어진 훈련도 다 받고 열심히 군생활했다. 군대에서 연예인 활동을 한 게 아니라, 다른 장병들과 똑같이 근무하면서 주어진 보직에 따라 위문공연 다니고 라디오 DJ를 했다. 다른 장병들은 주말이면 쉬는데, 연예사병들은 주중에 서지 못한 근무를 주말에 몰아서 한다. 우리도 다른 장병들과 똑같이 근무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20일 전역한 문희준이 부대 앞에 모인 팬들을 위해 간단한 팬미팅을 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보였고, 여러가지 포즈를 취했다. ⓒ홍봉진 인턴기자 hongga@
-입대 전 갖가지 부상이 있어 재검을 신청했더라면 적어도 공익근무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왕 가는 것, 현역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부대 내에서 신체검사를 받는데, 군의관이 귀가조치를 해줄 테니 치료를 하고 오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부대에서는 이미 내 질병과 부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천식에 관한 진단서를 제출하고 3급 판정을 받았다.(문희준은 입대 당시 간 질환, 어깨 및 허리 부상, 천식 등으로 고생해왔다.)
-천식은 괜찮은가.
▶사실 군생활하면서 천식으로 쓰러져 4번이나 병원으로 후송됐다. 쓰러질 당시에는 숨이 안쉬어지더라. 사람들은 '천식인데 가수해도 되냐'고 하신다. 난 만성천식이 아니라 급성천식이라 관리를 잘 하면 된다. 난 꽃가루, 갑작스런 차가운 공기, 집먼지, 진드기에만 발병한다.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과거 활동할 때도 잘 관리하면서 했고, 그런 걸로 쓰러지지 않았다. 군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잘 관리하지 못했다.
-부대를 막 나와 팬들 앞에 섰을 때 눈물을 보이던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마도 입대할 때 참았던 눈물이었던 것 같다. 입대 당시 속으론 많이 울었다. 두렵기도 했다. 팬들이 애써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오히려 더 슬펐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 건강하게 마치자는 마음으로 울음을 참았다. 제대 후 팬들이 2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똑같이 제대를 축하해주는 모습, 추운 날씨인데도 날 기다리기위해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눈물이 나던 순간, 입대할 때 생각이 스쳤다. 내가 먼저 눈물을 보이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웃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군생활 하면서 제일 잘 챙겨준 동료 연예인은 누군가
▶선임병이었던 지성, 박광현 등이다. 군생활 할 때는 호되게 하시더니, 일과 시간 후에는 '군대라서 어쩔 수 없는 게 있다'면서 많이 챙겨주셨다. 그 말 들으니 다 풀리더라. 지성 형은 먼저 제대할 때도 미안해 하더라. 밖에서 나가면 형-동생 사이가 된다.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소주 한 잔 하자고 했다. 함께 근무했던 개그맨 이진환과 임대석(악동클럽)과는 '삼총사'가 됐다.
-입대 후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안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생각하나?
▶내가 군복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게 생각해 주시고 기대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그러나 그런 것(안티) 때문에 군복무를 한 것은 아니고 국민의 의무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좋은 음악 만들어 들려드리고 싶다. 사실 인터넷에서 댓글은 보지 않는다. 나도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부족한 면이 있다. 그걸 알고 늘 배우려 한다. 그러나 주위에서 좋게 봐주시니까 나의 본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을 했다. 난 1996년 데뷔할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사람들에게 문희준을 더 알리고 싶고, 나란 사람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