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타 출신 연예인인 강호동, 강병규, 이동준, 최현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로야구 스타 양준혁의 지난 21일 MBC 오락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코너 출연이 화제를 낳고 있다. '무릎팍도사' 사상 스포츠 스타의 첫 출연이자, 만만치 않은 입담으로 시청자들에 몇 차례 큰웃음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특히 '무릎팍도사'의 진행자인 강호동 역시 지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프로씨름계를 주름잡았던 천하장사 출신이었기에,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두 스포츠 스타의 만남은 방송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도 충분했다. 또한 이는 '스포테이너', 즉 스포츠 스타 출신의 연예인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황금어장'의 기획을 맡고 있는 여운혁 CP(책임 프로듀서)는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양준혁 출연분 녹화 당시, 그의 입담과 여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재치와 센스가 웬만한 연예인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은퇴 후 연예계 진출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양준혁처럼 스포츠 스타가 방송 관련 인사들로부터 끼와 재능을 인정 받은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프로야수 선수 정수근과 아마추어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심권호 등은 그동안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인 못지 않은 끼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도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다.
또한 스포츠 스타 중에는 이들처럼 단발 출연에 그치지 않고, 아예 연예계로 '생활의 장'을 옮긴 이들도 적지 않다.
강호동과 강병규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 '스포테이너'로 꼽히는 강호동은 지난 90년대 초반 선배 개그맨 이경규의 권유로 방송에 입문, 이후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녹록치 않은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연예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그리고 2000년 들어 MBC '천생연분', SBS 'X맨', KBS 2TV '공포의 꿍꿍따' 등에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선보였고, 현재 인기 행진 중인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SBS '스타킹'까지 이끌며 방송계 최고의 MC 중 한명으로 인정 받고 있다.
프로야수 선수 출신인 강병규도 지난 2000년부터 연예인으로 탈바꿈 했다. 이후 KBS 2TV 'MC대격돌' 등을 통해 MC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은 강병규는 현재도 KBS 2TV '비타민'과 케이블채널 tvN '러브룰렛 연상연하'를 진행하는 등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탤런트 이동준이 대표 '스포테이너'로 떡하니 버티고 있다. 1980~85년까지 태권도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던 이동준은 86년 영화 '불이라 불리운 여인'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이후 89년 제2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도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MBC 일일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본격 연기자 데뷔를 앞두고 있는 스포츠 스타도 있다.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으로 이미 지상파 3사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최현호는 현재 연기 공부에 한창이며, 곧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기도 하다.
스포츠 스타들의 연예계 진출과 관련, 한 방송 관계자는 "스포츠 스타들은 이미 어늦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데다 순수성과 끼를 갖춘 경우도 많아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발전시켜 나갈 경우, 강호동처럼 독특한 캐릭터의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방송계 역시 스포츠계처럼 경쟁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분야"라며 "단순히 스포츠계에서 유명했다는 사실만 갖고는, 결코 롱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