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 leebean@>
김강우는 감독에게는 사랑받지만 대중에게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했던 배우였다. 그 동안 출연했던 드라마나 영화는 대개 시청률이나 흥행면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제작사와 감독들은 끊임없이 김강우를 찾았다. 벌써 올해 '경의선'과 '식객'이 개봉했으며, 다음달 '가면'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강우에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일까?
그는 "얼굴이 잘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고. 키가 너무 크지도 않지만 또 작지도 않고. 연기를 너무 잘 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런 중간에 서 있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김강우는 너무 잘 나지도 않고, 너무 못나지도 않은, 하지만 무엇인가를 가슴에 품고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를 충무로에 각인시켰던 '태풍태양'이나 이효리의 드라마로 끝나버린 '세잎클로버' 등에서 김강우는 늘 주변부 인물이었다.
하지만 현재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식객'을 통해 그는 마침내 '김강우식 성찬'으로 관객과 통했다.
아무리 흥행이나 시청률에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를 할지라도 진실로 무심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김강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 동안 했던 작품들이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며 자위하기에는 그 역시 마음에 앙금이 있었다.
'식객'은 그래서 김강우에게 의미가 있다.
"'식객'이 200만명을 돌파하고 계속해서 관객이 찾고 있지만 나는 달라진 게 없어요. 그대로죠. "
수염을 기른 얼굴로 무표정하게 말했지만 김강우 역시 예매율이 어떻게 되는지,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몇 등을 했는지, 여느 배우처럼 늘 관심을 가졌다. 꾀를 부리지도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흥행이 부진하면 제작자들에게 미안함을 갖게 된다고 그는 털어놨다다.
ⓒ<최용민 leebean@>
물론 바뀐 것도 있다. 날카롭게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항상 그의 사인을 받으려 쭈뼛쭈뼛 다가오던 팬들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면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김강우는 "'식객'을 통해 보여준 부드러움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낯가림이 있는 편인 김강우는 "원래는 성격이 참 까칠했는데 어머니와 주위의 조언으로 이나마 좋아진 편"이라며 웃었다.
올해 나이 서른. 김강우는 그 또래의 사람들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에 한참 빠져 있다. 작품이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는 배우의 일상 속에서 그는 자신의 연기와 미래에 대해 생각에 빠지곤 한다.
"예전에는 가지고 있는 게 어느 정도인 줄 몰랐기에 막 연기를 했는데 이제는 점점 더 연기하는 게 겁이 난다. 생각에 생각을 또 했지만 지금 내게는 미완성인 사람을 연기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차근차근 길을 밟아오다 이제야 꿀맛 같은 흥행의 기쁨을 안았기에 '식객'은 김강우에게 남다른 의미를 준다. 김강우는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부모님이 울고 웃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사람들에게 그런 감정을 선사하는 게 배우로서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식객'이 흥행에도 그의 말처럼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감독들은 미완성인 인물로 김강우를 찾으며, 김강우 또한 그 언저리에서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강우는 말한다.
"아직 다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천장이 보이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서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