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그룹 빅뱅 ⓒ김병관 기자 rainkimbk23@
“아이돌 그룹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이돌(idol) 스타는 ‘우상으로 떠받들어지는 인기인’이란 뜻이지만, 흔히 10대를 주 소비층으로 삼는 10대의 어린 가수를 뜻한다. 그래서 아이돌 가수는 대개 ‘백마 탄 왕자님’처럼 고운 얼굴에, 춤은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게 춘다. 이 같은 빛나는 외모로 인해 가수로서 순수한 자질은 가리게 마련이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가려질 실력조차 없는 아이돌 가수도 종종 있다. 반대로 겉도 번지르르 하고 속도 실하지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간의 국내 아이돌 가수들은 실력보다는 외향에 더 치우쳤던 까닭에 아이돌 가수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갖게 하기도 했다.
빅뱅은 아이돌 그룹이면서도 아이돌 그룹이 아니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그간의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대중의 고정관념 속에 있는 기존의 아이돌 그룹처럼 겉모습에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빅뱅은 ‘아이돌’이란 표현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원래는 아이돌 그룹이죠. 정의를 내리자면 그렇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알려져 있는 아이돌 그룹의 개념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꽃미남도 아니고 엔터테이너도 아닌 것 같아요.”(지드래곤)
한때 ‘빅뱅은 아이돌 그룹이 아니다’는 양현석 YG 엔터테인먼트 이사의 발언에 빅뱅 팬들이 동요한 적이 있다. 그래서 빅뱅은 다소 조심스러워했다. 지드래곤은 “아이돌이란 단어엔 좀 예민하다. 우리는 괜찮은데 팬들 사이에선 좀 논란이 된다”고 했다.
빅뱅이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고 발언한 양현석 이사의 의도는 기존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하는 것이었고, 아이돌 그룹의 개념을 바꿔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실제로 빅뱅은 열아홉 어린 나이의 멤버(지드래곤)가 작사, 작곡한 ‘거짓말’로 석 달 사이 국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진귀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의 개념을 바꿔가던 빅뱅도 ‘표절 논란’이라는 성장통을 겪었다. ‘거짓말’이 일본의 일렉트로니카 밴드 프리템포의 곡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했지만 지드래곤은 “표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우린 표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마음고생은 없었어요. 일부에서 곡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면서 표절 의혹을 제기했는데, 느낌이 비슷한 곡들이 많이 생겨나 그들이 모여 ‘장르’라는 것이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표절 시비로 내몰렸던 ‘거짓말’은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댄스음악으로, 당초 지향했던 R&B, 힙합음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팀에서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지드래곤은 “그때 그때 흐름에 따라 음악을 했다. 그때의 장르에 영감을 받아서 이런 음악도 하게 되고 저런 음악도 하게 된다. 몇 년 후 트로트가 유행하면 트로트를 빅뱅 스타일로 바꾸고, 재즈가 유행하면 재즈도 빅뱅 스타일로 바꿔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빅뱅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그에 따라 부담감의 크기도 비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짓말’은 발표 3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최대의 음악사이트인 멜론에서 아직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곡이 나왔는데 ‘거짓말’ 보다 순위가 더 아래에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더라구요. 지난 앨범은 ‘거짓말’ 덕분에 다른 곡들까지 잘 됐는데, 이번 앨범도 타이틀곡인 ‘마지막 인사’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빅뱅은 ‘마지막 인사’ 안무를 짜느라 인터뷰를 하는 날 아침까지 밤을 꼬박 샜다고 했다. 매우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새 음반에 대한 각오를 말하는 순간에는 눈빛이 반짝거렸다.
지난 미니앨범은 랩 비중이 컸다면 이번엔 보컬이 강조됐다. ‘마지막 인사’는 저절로 신이 나는 음악으로, 겨울 클럽가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보’는 시부야계 일렉트로니카 음악으로 ‘거짓말’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but I love you’는 지드래곤의 애틋했던 사랑이 담긴 솔로곡이다.
이 밖에 ‘I don't understand’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가 샘플링된 ‘Crazy dog’ 등 모두 6곡이 수록됐다.
남성그룹 빅뱅 ⓒ김병관 기자 rainkimbk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