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제작비 30분의 1, '별순검' 대해부

김현록 기자  |  2007.11.29 11:08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별순검'이란 생소하기 그지없는 용어가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건 찬밥신세로 막을 내렸던 2년전의 그 사건 때문일 터다. 2005년 가을, '조선판 CSI'를 표방하며 뜨거운 지지속에 방송됐던 '별순검'은 단 6회만에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 종영됐다.


그러나 2년 뒤 케이블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 '별순검'은 단연 화제의 드라마다. 1.7%로 스타트를 끊더니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마(魔)의 시청률로 통하는 4%를 돌파했다. 매회마다 열띤 시청자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15세관람가의 선정성 없는 케이블TV영화로도 각광받는 MBC드라마넷과 MBC에브리원의 최고 효자 상품 가운데 하나다.

'별순검'이란?


때는 대한제국 시절, 황궁의 보안을 맡고 경찰 임무를 수행하는 관리를 순검이라 했다. 품행이 단정하고 건강한 20대 초반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로 선발했는데, 그중에서도 제복을 입지 않고 비밀 정탐에 종사하는 이들을 따로 '별순검'이라 지칭했다. 일반 경찰업무를 맡은 순검과 달리 정보임무를 주로 맡았으며, 이는 오늘날의 사복형사와 비슷하다.

방송중인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은 고종 말기를 배경으로 이들의 활약상을 법의학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미궁에 빠질뻔한 사건들을 과학적 지식과 기지를 동원해 풀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조선시대 인명 사건을 기록한 법의학서 '중수무원록'과 규장각에 보관된 600여권의 '검안기록'을 토대로 총 20편의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CSI'와 닮은 점-다른 점

스핀오프까지 합쳐 십수편의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추리수사물 'CSI'는 대표적인 미국의 인기 드라마. 러브스토리 없는 추리수사물로 과학 수사를 바탕으로 하는 '별순검'은 초반부터 자타공인 '조선판 CSI'로 불렸다. 강한 식초를 묻힌 천으로 혈흔을 찾는 등 치밀하고 실질적인 수사기법과 사실감있는 시체 등도 인기 미드 'CSI'를 떠올리게 한다. '별순검'의 성공적인 케이블 안착 역시 미드의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알렸던 'CSI'와 비견된다.

그러나 최대한 감정선을 배제하고 사건 발생과 경과, 수사 결과에 집중하는 'CSI'에 비해 '별순검'에는 조선시대 민초들의 정서와 애환이 진하게 녹아있다. 고종 말기의 사회상이 함께 녹아난다는 점도 '별순검'의 매력이다. 물론 제작비상의 차이는 엄청나다. 편당 제작비가 약 30억원으로 알려진 'CSI'와 달리 '별순검'의 평균 제작비는 약 1억원. 제작진과 팬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과연 왜 인기인가?

뜨거운 인기의 주된 동력은 '별순검' 부활의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던 마니아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다. 2005년 형성된 '별순검' 마니아들은 당시 조기종영에 크게 반발하며 온라인 시위를 벌였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즌제 드라마 제작을 주장하며 힘을 보탰다. 이들의 열정은 이번 시즌2 '별순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으며 시즌3 제작요구에까지 이어진다.

팬클럽 '순검지기'는 최근 촬영장을 찾아 제작진과 출연진을 응원하기도 했다. 떡과 대추차, 각종 댓글을 모아 책으로 만든 '댓글북'까지 선사해 출연진을 감동시켰다는 후문. 덕분에 제작진은 "하나라도 허투루 만들 수 없다"며 열의를 불사르고 있다. 주 2회 방송이 주 1회로 바뀌었지만 전혀 여유가 늘지 않은 촬영장 분위기가 이를 방증한다.

연기파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 2년을 기다려 다시 뭉친 제작진,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살린 디테일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 매회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살인사건 역시 흥미를 더한다. 총 20회에 등장하는 조연급 배우만 수천명. 덕분에 강승조 역 류승룡, 여진 역 박효주, 김강우 역 온주완, 배복근 역 안내상 등 주인공들은 1주일에 6일 이상을 촬영장에서 대기하다시피 하며 조연 스케줄 맞추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다시보기 VOD도 막강 1위

케이블 시청률로 입증된 '별순검'의 파워는 다시보기에서도 입증된다. 종영한 KBS 사극 '사육신'의 처절했던 시청률을 가뿐히 넘어서는 시청률이다 보니 공중파로 옮겨 방영하자는 의견도 다수다. 그러나 제작진은 일단 케이블 방송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지상파에서의 경쟁은 케이블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거니와 굳이 시청자를 확보한 터전을 옮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처음부터 집중한 것이 인터넷 다시보기. 방송이 끝난 뒤 곰TV와 다음CUVE 등 온라인 매체에서 방송을 볼 수 있고 1주일 뒤에는 무료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이같은 전략이 적중, '태왕사신기', '왕과 나' 등을 제치고 주간 VOD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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