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tjdrbs23@
박진영은 온 몸에 그루브(groove)를 실은 듯 가볍게 인터뷰장으로 들어섰다. 몸에 붙는 먹색 저지 셔츠의 브이넥 사이로 탄탄한 근육이 드러났다. 블랙이 살짝 감도는 물빠진 청바지에 흰색 나이키
" target="blank">에어포스를 신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앞코 디자인이 발끝으로 서기에 좋아 댄서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화란다. 복근 바로 위까지 오는 검은 알의 긴 묵주 목걸이는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은 '키스'에 맞춰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렸다.
-예전에는 ‘별로 따라하고 싶지 않은 진짜 무대의상’을 입었다면 7집에서는 또래의 평범한 남성들이 ‘따라하고 싶지만 좀처럼 따라하기 힘든’ 스타일을 만든 것 같다. 7집 스타일링을 하면서 섹시한 트렌드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는데, 특히 남자의 스타일에 있어 섹시함이란 그 기준이 무엇인가?
▶섹시함은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보다 감춰져 있는 몸을 상상하게 만들 때 극대화된다. 몸을 최대한 잘 만들면 하늘거리는 소재든, 타이트한 소재든 어떤 옷을 입더라도 섹시해 보일 수 있다. 사람을 볼 때 첫인상에서 나오는 1차적 감각은 얼굴보다 바디라인이 먼저다. 여자의 경우도 벗은 모양이 상상이 될 정도로 살짝 보여주는 것이 가장 섹시한 것 같다.
-최근 1~2년 사이 수트 입은 사진이 많이 보였다. 넥타이 매듭크기부터, 포켓치프 색까지 치밀하게 맞추는 한편 하의는 전혀 다른 색상의 콤비 수트를 즐겨 입었다. 어쩌면 한결같이 그렇게 멋졌나,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있는 것인가?
▶2년간 뉴욕에 있었던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 뉴요커들이 은은하게 멋지다. 한마디로 시크(chic)하다고 할까? 위 아래를 같은 색으로는 거의 입지 않는다. 소호 등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일반적인 컬러 배색이 아닌데 은근히 어울리는 멋쟁이가 많았다. 도쿄, LA, 런던… 모두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지만 뉴요커들의 패션 스타일이 제일 마음에 든다.
-박진영 어록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정도로 뼈있는 말로 유명하다. 스타일 부문에서도 어록 한번 남겨보자는 차원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평범한 패션에서 벗어나고 싶은 남성들의 스타일 업그레이드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실 누구나 아름답다. 빈말이 아니다. 아무리 못생겼다 해도 뜯어보면 분명히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패션은 덧칠하는 것이자 바꾸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관리를 통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라. 운동이 최고의 스킨케어다.
-7집 재킷사진을 보며 근육이 흡사 와이셔츠를 말끔하게 다려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섹시함보다는 스타일리시함이 강조된 것 같은데 마음에 드는가?
▶앨범 재킷 촬영했을 때는 몸 만드는 과정이었다. 지금 몸이 사실 더 좋다. ‘박진영 몸짱’ 기사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 근육은 울퉁불퉁한 근육이 아니다. 지금은 댄서 스타일의 근육이다. 큰 근육은 오히려 없앴다. 그 기사에 보디빌더들이 악플 달더라. (웃음) 꾸준히 운동하고 있었는데 한 달 가량 남겨 놓고 아주 집중적으로 열심히 했던 기억이다.
-이번 앨범 만들면서 엄청나게 감량했다던데?
▶박태환 선수가 인터뷰에서 ‘박진영 몸처럼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데 그 기사 보고 큰일났다 싶었다. 수영으로 다져진 박태환 선수 몸이 얼마나 멋진데. 그 기사를 출력해 놓고 운동 열심히 했다. 운동하려면 동기부여가 좀 있어야 한다. 현대무용 발레공연도 자극이 된다. 연습량이 기본적으로 엄청나지 않은가.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김용걸 등의 공연을 보면 절로 이를 악물게 된다. 힘들어도 운동을 하면 그 다음날엔 더 수월하고 그 후엔 더 쉬워진다.
-30대가 되면 나잇살 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운동에 있어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 30대엔 신진대사 떨어지는게 맞지만 그 이외엔 어떤 것도 안바뀐다. 춤을 춰보니까 아직까지는 몸관리만 하면 나이 들어 춤 못추고 그런 건 없다.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패턴이 엉망이 되는 거지. 30살 되면서 담배랑 고기를 끊었다. 원래 하루 두 갑씩 피우는 골초였는데 비 1집 녹음 첫날 담배를 끊었다. 꼭 띄워야겠다는 결심을 하늘에 보여주고 싶었다. 담배피우고 싶어도 부정탈 것 같아서 못 피겠더라. 고기는…미치겠는게 삼겹살 햄 베이컨 소시지 등을 못먹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음식들을 먹으면 지구력에 도움이 안된다. 춤을 추려면 지구력이 필요하다. 하체 살빼기에는 자전거가 좋다. 또 러닝머신에서 뒤로, 옆으로 걸으면 안 쓰는 근육 활동이 늘면서 짧은 시간 동안에 살이 빠진다.
-샌시 여성팬들이 물어봐달라는 질문이다. 박진영이라고 매일 멋진 옷만 입지는 않을 것 아닌가. 텔미 댄스 동영상을 보니 평범한 러닝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던데. 평소 스타일은 어떤가?
▶그게 평소 내 스타일 맞다. 며칠전 원더걸스와 얘기하는데 ‘오빠 옷좀 갈아입으세요’ 그러더라. (웃음) 사흘씩 냄새 안날 때까지 똑같은 옷 입는다. 옷 갈아입으러 옷장 가는 시간도 아깝다. 우스운 것이, 미국에서 알 켈리(R. Kelly: 미국 가수 겸 프로듀서)를 처음 만날 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내 평소 복장이랑 똑같애.(웃음) 알 켈리도 스타일 멋지기로 유명하지만 평소엔 그렇게 입는 거다. 나도 거의 매일 티셔츠에 트레이닝복이 아니면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멋지게 차려입어야 여성을 유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클럽에 춤추러 가서도 꾀죄죄하게 입고도 여자 잘 꼬셨다. 클럽에서 나름 가장 매력녀에게만 접근했었는데, 제일 인기있는 여자는 또 외모를 따지지 않더라. (웃음)
-의류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는지?
▶내 취향의 멀티샵에 주로 간다. 모자 푹 눌러쓰고 동대문 가고…그러지는 못한다. 뉴욕에서 패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거기서 엄청 옷 많이 샀다. 뉴욕에서 사업 목적으로 비즈니스 미팅이나 파티에 참석할 일이 많았는데, 그때 옷을 정말 많이 샀다.
-가장 아끼는 패션아이템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브랜드는?
▶쥬시 꾸뛰르(Juicy Coutour) 트레이닝복. 1년 365일 중 360일은 트레이닝복에 비니모자 쓰고 다닌다. 그 안에는 몸에 붙는 푸트라커(Footlocker) 슬리브리스 셔츠를 즐겨 코디한다.
-박진영이 꼽는 최고의 패셔니스타는 누구?
▶올슨자매. 스타일링 감각이 최고다. 개인적으로 올슨자매의 스타일을 아주 좋아하는데 명품을 치렁치렁 걸치지 않더라도, 명품을 한두개 코디하더라도 명품 티가 나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멋스럽다.
-사업가로서의 얘기로 넘어가 보자. 원더걸스의 소위 ‘아저씨들을 자극하는 소녀패션’이 화제다. 이들의 스타일이 롤리타 콤플렉스(나이 많은 남자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를 자극한다는 비판 또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패션이라는 것 자체가 가진 코드를 감안하면 대답이 애매해진다.패션은 성(性)적인 코드를 빼면 성립이 안되질 않나? 몸을 붕대로 칭칭 감든 두꺼운 코트를 입든 간에… 당초 기획시 원더걸스 스타일의 컨셉은 앞서 말한 올슨자매처럼 ‘어른보다 멋지게 옷을 입는 아이들’이었다. 스타일리스트들에게도 끊임없이 그 점을 주문했다. 튀게, 예쁘게가 아니고, 말하자면 패션지 편집장 기준으로 봐도 스타일리시하고 또래들이 따라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워너비(wannabe)심리를 자극하고자 했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웃음) 원더걸스 스타일 팔찌 잔뜩 만들어 놨는데, 팔지도 못하고 나 참…서류철로나 써야 되려나 보다.(웃음)
/옥션 샌시(sancy.auction.co.kr) 패션 컬럼니스트 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