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안테나뮤직
“애 딸린 유부남인데다 6년을 쉬고 나왔으니, 잘 안될 줄 알았죠.”
오랜 공백 끝에 컴백한 가수에게 꼭 물어보게 되는 말.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공백이 걱정되지 않았나요?”
6년 만에 새 앨범을 낸 토이 유희열에게 역시나 이런 질문을 했다. 앨범이 순식간에 6만 장(소속사 집계)이나 팔려나간 터라, 그에게 “반응이 폭발적이다”는 ‘덕담’을 곁들여서.
유희열은 자신의 공백동안 급격히 변해버린 음반시장구조와 트렌드, 그리고 유부남으로의 ‘신분’변화 등으로 6집의 흥행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앨범을 다시 냈다는데 의미를 두려 했다고 한다.
“기대를 전혀 안했어요. 주변의 형들이 ‘애 딸린 유부남이 6년 쉬었는데 되겠느냐’며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하셨어요. 그래서 나도 끝난 게 아닌가 생각했죠. 세대가 바뀌고 듣는 귀도 바뀌어서 전혀 기대를 안했어요. 나는 ‘떠난 사람’이라 생각했고, 음반을 내는 것에 의미를 뒀습니다.”
하지만 그는 컴백 이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고, 앨범도 꽤나 팔려나갔다. 아이돌 그룹이 10대들의 우상이듯, 서른여섯 유희열은 그래서 30, 40대들에게 ‘희망을 주는 앨범’이란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유희열은 ‘희망’ ‘대안’ 이런 말을 들으면 겁이 난단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악을 만들며 조금씩 대중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했다.
“20대 때엔 그저 뜨거운 열정으로 음악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 음악에 대해 냉정해져요. 나이가 들면 실생활에선 창피함도 사라지지만, 음악엔 반대가 돼요. 사람들의 눈치도 보게 되고 예전처럼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고…”
하지만 30대 중반 나이가 장점이 되는 면도 있다. 이제는 음악의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더욱 쏟게 된다고 했다. 사랑노래를 만들고 부르더라도, 20대 때엔 자신이 주인공이어서 감정에 충실했지만, 지금은 관찰자 입장이 됐기 때문에 노래의 표현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했다.
그래도 20대 여성의 아이콘이었던 유희열은 지금은 아기아빠가 됐고, 팬들로부터 “배신감 느낀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팬들은 유희열에게 ‘늘 외롭다하더니 이제는 너무 행복해져 있다. 노래에도 애절함 없고, 슬픔도 없다’는 ‘항의’를 한다고 한다.
유희열 ⓒ안테나뮤직
그러나 음반을 잘 들어보면, 행복함만이 있는 게 아니다. 다시 오지 않을 지난달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안녕 스무살’에서는 스무살 시절을 그리워하고, ‘뜨거운 안녕’에서도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상실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구석구석 담겨져 있어요. 30대 중반,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할 때죠.”
유희열은 한 때 이번이 ‘토이’라는 이름을 걸고 내는 마지막 앨범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음악이 토이란 틀에 너무 고정되는 것 같아 더 깊은 음악을 해보려 토이란 틀을 벗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끝낼 때 즈음 자신의 틀이 오히려 좋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다.
유희열은 이번 토이 6집에서 전과 다른 음악을 담았다.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처럼 디스코 리듬도 있고,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느낌도 살아 있는 트랙도 있다. 유희열은 자신이 가수가 아니라 작곡가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건 다해보는 것이라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해보고, 또 그런 시도가 늘 대중에 큰 호응을 얻는 유희열은 '행복한 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