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배급사 CEO 8인 "2008 한국영화 희망 있다"

전형화 기자  |  2007.12.26 10:53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유정훈 쇼박스 상무,김광섭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김승범 스튜디오2.0대표,조성규 스폰지 대표,정의석 벤티지홀딩스 대표,최용배 청어람 대표,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유정훈 쇼박스 상무,김광섭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김승범 스튜디오2.0대표,조성규 스폰지 대표,정의석 벤티지홀딩스 대표,최용배 청어람 대표,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2007년 한국영화계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해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투자가 위축되기 시작했고 영화는 흥행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총 관객수가 줄었으며, 수익률 또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많은 영화인들은 이 고통의 시간을 더 나은 시기로 가기 위한 과도기로 생각하고 머리를 모았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2008년 한국영화가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을 응원하며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CEO들을 릴레이 인터뷰했습니다.

CEO들은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CEO들의 인터뷰를 정리합니다.


(다음은 릴레이 인터뷰 명단)

1.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11월19일자)


2. 유정훈 쇼박스 상무(11월21일자)

3. 김광섭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11월26일자)

4. 김승범 스튜디오2.0 대표(12월3일자)


5.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12월6일자)

6. 최용배 청어람 대표(12월12일자)

7. 정의석 벤티지 홀딩스 대표(12월20일자)

8. 조성규 스폰지 대표(12월24일자)


한 해를 결산하면서 올해도 대부분의 투자배급사들은 손해를 면하지 못했다. 메이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도 100억원 가량 손실을 예상한다. 그러나 지난해보다는 적자를 상당 부분 줄였다.

이는 각 배급사들이 물량을 쏟아내 제살을 깎아먹던 지난해를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그만큼 투자에 보수적으로 움직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투자배급사들이 감독과 시나리오, 배우까지 결정된 상태에서 작품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생각은 CJ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투자배급사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했다.

김광섭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시나리오 완성 단계에서 제안을 받기보다 시작 단계부터 제작사와 함께 의논하려고 한다"면서 제작사들에게 문이 활짝 열렸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투자배급사의 이 같은 계획은 한국영화 제작에 있어서 상당부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완성된 기획이 아닌 초기 단계부터 자본이 참여하겠다는 것은 제작자의 창조적인 역량에 제약이 될 수도 있으며, 좋은 감독 및 기획들을 특정 자본이 매점매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각 CEO들은 "크리에이터의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한편 리스크를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김주성 대표는 "각 제작사들은 일년에 많아야 한 두 편을 만들지만 우리는 수십편을 개봉시킨다. 그렇기에 노하우가 더 쌓일 수밖에 없다.그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CEO들은 올해 한국영화산업의 위축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에도 대부분 한 목소리를 냈다.

배우 개런티를 비롯한 전체 제작비에 거품이 끼어 있으며, 2차 판권 시장이 붕괴했고, 무엇보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리딩 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지난해 한국영화에 거품이 낀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보수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차 대표는 "아직도 제작비를 줄이는 데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영화계가 뜻을 모으고 있음을 시사했다.

DVD 등 2차 판권 시장 붕괴에 대해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고 이를 양지로 끌어올리자는 대책역시 비슷했다.

유정훈 쇼박스 상무는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운로드 시장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자배급사 CEO들은 현재 각 영화 주체들과 함께 공통된 견해를 갖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의 다변화를 위해 합작영화로 해외 시장을 노리고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공통된 모습이었다. 이미 합작영화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쇼박스와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싸이더스FNH, 벤티지 홀딩스 등은 합작영화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광섭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내년은 롯데의 해외합작 영화 원년이 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해외 시장 개척은 필수"라고 말했다. 각 대표들은 단지 해외 인력과 교류하고 투자하는 것을 넘어서 아시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맞춤 영화를 기획하려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영화 제작 환경 변화와 윈도의 다변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변화는 투자배급사들이 드라마 제작을 꿈꾸게 하고 있다.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예전에는 TV드라마와 영화 제작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었지만 그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드라마 제작에 대한 뜻을 드러냈다.

정의석 벤티지 홀딩스 대표도 "장기적으로 드라마 제작 등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드라마 제작에 투입하겠다는 것은 2008년 영화계의 달라지는 모습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사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배급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 대표들은 긍정적인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를 각각 나타냈다.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새로운 자금이 유입된다는 것은 환영이지만 영화업에 대한 이해 없이 물량 확보에 급급한다면 또 다른 혼란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영화계에는 항상 새로운 자금이 투입될 때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이통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영화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예산 상업영화가 한국영화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CJ와 쇼박스, 롯데 등 메이저 배급사들은 저예산 독립영화의 활성을 위한 투자를 내년에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히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저예산 독립영화를 지원하겠다는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투자 개념도 있음을 시사했다.

저예산 상업영화 투자, 배급에 전념하고 있는 스폰지 조성규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30억원 짜리 예술영화는 없어도 5억원 짜리 상업영화는 나올 수 있다"면서 "'블레어 위치' 같은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영화산업에 대해 각 대표들은 올해와는 분명히 다른 변화들이 조금씩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다 많아진 배급사들의 물량 경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운로드 시장의 양성화, 영화 입장료 상승, 해외 합작영화의 잇따른 제작 등 내연과 외연에 있어 새로운 모습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각 대표들은 "좋은 영화만이 한국영화산업의 원동력"이라는 데는 의견을 일치했다.

스튜디오 2.0 김승범 대표는 "제작비를 낮추고, 불법복제 및 다운로드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 등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또 요즘 제작사들은 새로운 시나리오를 7고, 8고까지 고치고 완성해 투자 의뢰를 해온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신규 투자자들의 등장과 함께 내년 전망을 밝게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CJ엔터테인먼트가 밝힌 투자 금액은 600억원 가량이며, 쇼박스도 그와 비슷하다.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200억원을 기준으로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며, 스튜디오 2.0도 200억원 가량 투자 계획을 세웠다.

이는 내년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욱 늘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2007년 한국영화계는 위기설에 시달리며 개봉편수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100편이 개봉돼 성장은 둔화되지 않았다. 2008년 한국영화 중에는 유달리 대작도 많고 기대작도 많다. 2008년이 한국영화 르네상스 제2기로 기억될 것을 CEO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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