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동성애'를 새롭게 보다

윤여수 기자  |  2008.01.04 11:38
\'뜨거운 것이 좋아\' '뜨거운 것이 좋아'


지난 1996년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이 개봉했을 때, 논객들은 흥분했다.

90년대 초중반부터 문화평론이라는 새로은 영역을 만들어내던 논객들은 한국영화에서는 좀체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동성애 코드가 마침내 스크린에 전면적으로 펼쳐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작품적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함께, 또 다른 한편 한국영화 속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 코드로서 '내일로 흐르는 강'은 문화평론의 영역 안에서 당당히 이름을 걸쳤다. 거기에는 어떤 거부감도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 관객은 이전의 한국영화 속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목도한다.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 속에서 황정민과 정찬은 벌거벗은 남성의 육체를 부비고 섞었다. 가히 '시각적 충격'을 넘어 일정한 정서적 충격으로서 동성애는 비쳤다.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당당히 자신들의 성적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동성애는 그제야 비로소 한국영화의 '충격적'인 소재로 받아들여졌다.


\'로드무비\' '로드무비'


그 몇 년 전 '내일로 흐르는 강' 속 동성애가 문화담론의 화두로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사회적으로 동성애와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개선된 데 비교해도 그랬다.

그리고 지난 2006년 '후회하지 않아'가 관객과 만났다.

영화는 마치 70년대 신파 혹은 '호스티스' 멜로영화들의 감성을 굵은 줄기로 동성애를 가지쳤다. '후회하지 않아' 속 주인공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는 이성의 그것으로 치환해 바라본다면 흔한 멜로영화였을 뿐이었다.


여기서도 남성의 육체는 서로를 탐했지만 '로드무비' 속 '충격'으로까지는 관객에게 다가가지 않는 듯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역시 동성애 코드는 중요한 영화적 정서로 등장했다.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관객은 어느새 그리고 더 이상 동성애를 특별한 그 무엇으로 보지 않기 시작했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 역시 이 같은 시선 변화에 또 다른 계기를 마련해줬다.

지난해 12월27일 개봉한 김강우 주연 영화 '가면'의 중요한 코드 역시 동성애다. 김강우는 어린 시절 겪은 사랑의 특별한 감정과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강력반 형사인 그에게 '동성애'는 마치 굴레와도 같은 것이어서 동성애는 이제야 비로소 일상적인 영화적 소재로서 자리하는 듯하다.

관객은 동성애라는 코드에 이제 민감해하지 않으며 영화는 그저 일상적 소재로서 동성애를 끌어들일 뿐이다.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


오는 17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뜨거운 것이 좋아'는 40대와 20대 , 10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들이 각기 겪는 사랑과 성, 연애와 결혼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속에도 동성애는 있다.

원더걸스의 안소희가 연기하는 10대 소녀는 자신의 동성애 감성에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며 그 과정은 참으로 발랄하게 그려진다. 관객 역시 더 이상 어떤 정서적 거부감 없이 그저 연애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로서 이를 받아들인다.

'뜨거운 것이 좋아'의 제작사 시네마서비스의 한 관계자는 "2006년 초 '왕의 남자'와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영화적 코드 혹은 소재로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동성애는 더 이상 유다른 소재가 될 수 없으며 이는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접근조차 이젠 관객에게 진부한 것"이 된다.

세상과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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