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 인턴기자>
데뷔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 강산은 변했지만 김정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스크린에서는 여전히 김정은식 코미디가 통하고 있으며, 브라운관에서는 여전히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또래 여자배우들은 누구는 결혼을 했으며, 누구는 늦깎이로 인정받고 있다.
김정은은 그들과는 달리 신드롬도 겪어봤고, 흥행의 단 맛도 느껴봤다. 지금 그녀는 그런 자신을 만족할까?
"김정은식 코미디라는 표현을 거부하거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아요. 만인의 연인이라는 칭호도 마찬가지죠. 다만 사람들이 10년 동안 내게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을 깨고 싶어요."
"언제까지 깜찍한 척 하는게 통하겠냐"고 웃는 김정은은 사실 10년 동안 누구보다 변신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왔다. '가문의 영광'으로 김정은식 코미디가 만개한 뒤에 '나비'에 도전했고, '파리의 연인'으로 안방극장 흥행퀸으로 등극한 다음 '사랑니'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으나 대중의 신호는 분명 "하던 거나 잘하라"였다. 김정은은 고민했고,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최악의 선택이었던 '루루공주'였다.
'루루공주' 방영이 한창일 때 김정은이 그 드라마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자 역풍은 대단했다. 그동안 대중에게 언제 사랑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매몰찬 지적이 쏟아졌다.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김정은을 위로했지만 설상가상으로 그해 할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의 고민을 더했다.
"'사랑니'가 흥행에 참패한 것도 그 때였어요. 2005년은 정말 이보다 더 내게 최악의 해가 있을 수 있나 싶었을 정도였죠."
그런 시간이 지나고 드라마 '연인'을 만났고, 실제 연인도 만났고, 이제 김정은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김정은이 맡은 역은 돌아온 애딸린 싱글이다. 현역 시절 아무리 노력해도 1인자에 가려져 있었으며, 핸드볼 국가대표 감독 대행을 맡아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옛 남자친구에게 감독 자리를 빼앗겼다.
'원톱'도 아니다. 사연이 절절한 문소리와 개성이 넘치는 김지영에 비하면 캐릭터도 밋밋하다. 그래도 김정은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택했다. 그 길이 바로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남녀 사이도 오래되면 설레임이 사라지잖아요. 지금 내가 사람들에게 그런 위치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너무 빨리 변하면 또 다시 외면받을 수 있고, 그래서 천천히 변하기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김정은의 설명이다.
문소리와 김지영에 비해 "나는 진짜 아줌마가 아니니깐"이라며 억척스러움이 덜한 것을 변명하지만 영화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건 지금까지 김정은의 스타일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다 짐을 짊어지고 갔었어요. 그런 스타일에 익숙했구요. 그런데 이 작품은 여러 사람 중의 한명인데다 임순례 감독님이 그냥 내버려두는 쪽에 가까워서 더 힘들었죠."
ⓒ<홍봉진 인턴기자>
그외에 힘든 것도 있었다. 연인 이서진과의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때로는 무섭기까지 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이제 붕붕 뜨지 않고 내가 가야할 길을 걸으려 하는데 '오빠'와의 뉴스는 전혀 다른 길로 소개되는 거잖아요. 거짓말을 하기가 싫어서 물어보면 솔직히 대답을 하는데 계속 그쪽만 화제가 되는게 부담스러워요. 덜 궁금하실 때가 조만간 오겠죠."
김정은은 가장 최고의 순간을 요즈음으로 꼽는다.
단지 연인이 생겼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눙을 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다른 길에 도전했다가 깨지고 돌아오고, 다시 도전했다가 또 깨지고를 반복했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가 기대되요. 성적까지 좋다면 더욱 행복하겠죠."
"안 그렇게 보이지만 욕심이 참 많은 것 같다"는 김정은은 "늘 고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녀의 바람이, 그녀의 욕심대로 이뤄질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은 10일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