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 인턴기자>
여배우의 변신에는 공식이 있다.
우선 화장을 지운다. 미녀로 소문난 배우일수록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려 화장을 지우거나 아니면 덧칠한다. 외적인 모습부터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평소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는다. 고상하고 단아하거나 섹시할수록 담배를 꼬나물고 언성을 두 세 옥타브 높여 말한다. 막말은 기본이다. 엉덩이를 긁적이며 아무 곳에서나 누워자는 것도 예교다.
전지현이 CF 속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변신에 도전했다.
'싸움'의 김태희가 그랬고, '열한번째 엄마'의 김혜수가 그랬으며, '뜨거운 것이 좋아'의 김민희가 그랬듯, 새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감독 정윤철)에서 전지현의 관객의 편견을 보란 듯이 배반했다.
22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전지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데 별 아쉬움이 없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등장한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산에 사는 '관악산 슈퍼맨'을 바보로 만들고, 남을 돕는 사람에게 더 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날치기를 사주한다.
그런 영화 속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건강에 안좋은 것은 안한다는 전지현이지만 담배를 천연덕스럽게 입에 물었다. 주근깨가 흩뿌려진 얼굴도 그대로 대형 스크린에 노출했다.
전지현은 "화장을 안한 것은 완전 후회한다"고 했지만 "진심을 전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남자 주인공 황정민이 도드라져 보일 수 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다른 정상급 여배우들은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지현은 승부수를 던졌다.
할리우드에 진출한다지만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선택했다. 그녀가 줄곧 정윤철 감독과 황정민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변신을 꾀한 여자배우들은 변신에는 성공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을 들었다. 관객은 냉정했다.
분명한 것은 전지현은, 어떤 여배우보다 발성은 명확했고, 어떤 여배우보다 담배 피우는 것은 어설펐으며, 망가져도 어떤 여배우보다 예뻤다는 것이다.
31일 관객들은 그에 대한 답을 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