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이순재, 주현, 나문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자는 70세를 '종심'(從心)에 비유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어떠한 법과 규율 그리고 원리까지도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나이가 70세라 공자는 강조했다.
'종심'은 70세를 넘긴 연기자들에도 잘 들어 맞는 듯 하다. 어떤 장르, 어떤 역할을 맡겨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70세를 전후해 '시트콤'이란 낯선 장르에 도전한 연기자들에서 '종심'이란 말의 적절함을 쉽게 실감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이순재, 신구, 나문희, 주현 등이 그 대표적 연기자이다.
이순재(73)와 나문희(67)는 시트콤 데뷔작이던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코믹 캐릭터를 연기하며 지난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연기 생활 50여년 동안 주로 근엄하고 무게 있는 역할을 맡아왔던 이순재가 가족들 몰래 '야한 동영상'을 즐겨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던 모습과 콧소리를 내며 "문희는~"이라 애교를 부리던 나문희의 색다른 변신은 시청자들에 큰 웃음을 선사하기 충분했고, '거침없이 하이킥'의 대성공에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순재와 나문희의 바통은 '김치치즈스마일'의 신구(72)가 이어 받았다. 60대 중반이던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SBS 일일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이미 수준급의 코믹 연기를 보여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던 신구. 신구는 MBC 일일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에서도 '연기 대가'란 말이 '명불허전'임을 증명하 듯 코믹 연기의 진수를 또 한번 선보였다.
그리고 이젠 주현(65)이 선배 연기자들의 뒤를 이을 태세다. 이미 90년대 초반 '서울뚝배기'와 '형' 등 정통 드라마에서도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주현은 '김치치즈스마일' 후속으로 지난 21일 첫 방송된 MBC 일일 시트콤 '코끼리'에서 술을 좋아하고 허풍도 센 '딸기코' 캐릭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주현은 최근 열린 '코끼리' 제작발표회에서 "(이)순재, 신구 형이 이어 세 번째가 나인데 앞 분들이 너무 잘해 약간의 부담도 있다"면서도 "나는 이 작품에서 앞 분들과는 다른 나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갖고 있기때문에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70세 전후의 연기자들의 시트콤 진출 러시 및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MBC 예능국의 안우정 부국장은 23일 스타뉴스와 전화 통화를 갖고 "이순재, 신구, 나문희, 주현씨 등은 그야말로 연기 경험이 풍부하고 현 시대 최고의 연기자들"이라고 말했다.
안 부국장은 이어 "시트콤도 풍부한 연기 경험을 지닌 분들이 꼭 맡아야할 역할이 있는데, 이 분들께서 수준급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역할들을 코믹하게 소화해 줘 작품 및 연기자 모두 시청자들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