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범인 잡은 '살인의 추억'..대형신인감독 탄생

전형화 기자  |  2008.01.29 15:58


'또 한명의 대형 신인 감독이 탄생했다'

28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추격자'(감독 나홍진, 제작 비단길) 기자 시사회가 끝난 뒤 소근소근 들리던 말이다. '완벽한 도미요리' '한' 등 단편영화계에서 기린아로 꼽히던 나홍진 감독은 첫 장편영화에서 홈런을 날렸다.


시사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어둠 속에서 기자 및 배급 관계자들에게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박수가 인색한 기자 시사회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김윤석이 "기자들의 질문에서 진정이 느껴진다. 그런 걸 느끼니 부끄러운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추격자'는 2004년 세상을 온통 핏빛으로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출장마사지 여인들을 연쇄살인해 2005년 사형을 선고받은 유영철 사건은 수법의 잔인함과 함께 출장 마사지 업소 주인들이 범인을 추적해 경찰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게 했다. 또한 죄의식 없는 살인자와 관련해 '사이코 패스'라는 단어를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추격자'는 출장 마사지 여인들을 연쇄 살인하는 범인과 그를 쫓는 전직 경찰이자 출장 마사지 업소 사장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시작하자마자 범인이 잡히지만 시장에게 오물이 투척된 것을 막지 못한 경찰의 한건주의에 검찰의 보신주의가 더해지면서 애꿎은 희생자들이 늘어난다. 그 와중에 범인을 붙잡은 출장 마사지 업주는 마지막 희생자가 될 위기에 처한 마사지 여인을 찾는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결이 전개된다.



'추격자'는 시종일관 어둡다. 비도 줄기차게 내린다. 나홍진 감독 스스로 처음 장편영화를 찍어서 그랬지 경험이 있었으면 이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어둠과 비가 살모사처럼 또와리를 튼 채 진행된다.

그 속에서 배우들은 시종일관 달리고 또 달린다. 배우들이 달리는 좁은 골목 역시 이무기처럼 꼬이고 또 꼬여 영화에 속도감을 더한다.


나홍진 감독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수직으로 담았다. 휘황찬란한 대로부터 거대한 정원을 가진 집과 빛도 제대로 비추지 않는 달동네 반지하까지, 서울을 아래부터 위로 흩었다.

그래서 '추격자'는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사회성 짙은 스릴러가 됐다. 부자로부터 시작된 살인이지만 대다수의 희생자가 가장 사회적으로 약자인 출장 마사지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감독이 의도한 바가 드러난다.

아버지도 모르는 딸을 두고 감기몸살에 시달리면서도 손님을 받기 위해 나간 여성이 마지막 희생자라는 점, 그래서 나쁜 남자가 더 나쁜 남자를 쫓는 이 영화에 의미를 더한다.

나홍진 감독은 신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을 안전띠가 없는 롤러코스터에 태운 것처럼 달려 나갔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다. '타짜'로 충무로에 재발견된 김윤석은 부패한 경찰에 활력을 더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연기가 연상되지만, 송강호가 회화화된 부분이 강하다면 김윤석은 어두움을 더한다.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한 하정우는 전형적인 느낌은 다소 들지만 배우로서 그의 앞날이 당분간 탄탄할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 2월14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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