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국 "최성국표 코미디 관둘 생각 없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02.13 11:32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최성국은 독특하다. 그의 연기 만큼이나 살아온 길도 남다르다.

출발점부터 독특하다. 그는 "내 의지대로 살아온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서울예대에 입학한 것도,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것도, SBS 공채 탤런트에 합격한 것도 최성국의 표현대로라면 "다 남의 뜻"이었다.


탤런트 시험을 보면 대출이 가능했기에 동기들이 응시할 때 원서를 따라서 냈다. 당연히 MBC 공채는 떨어졌다. 될대로 되라 싶었기에 SBS에서는 평소 그의 스타일대로 면접을 봤다.

당시 면접에서 "최성국씨는 여자를 몇 명이나 사귀어봤냐"는 질문을 받고는 "선생님은 세가면서 꼬십니까"라고 말했다. 그 능청스러움이 먹혔다. 사장 면접에서는 "지원서에 185cm로 돼 있는데 왜 키가 작냐"라는 질문에 "어린 놈이 합격하려고 그런 겁니다. 그거 고치고 그냥 178cm로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뻔뻔스러움이 먹혔다.


그렇게 시작한 연기 인생에 높은 파도도 그리 없었다. 그런 최성국이었기에 어느날 갑자기 영화에 출연한 것도 큰 마음 먹고 한 일이 아니었다.

진정성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슬렁슬렁 대다 '팍' 터지는 그의 오버 연기는 최성국표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낳았다.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선사하지만, 상복이나 레드카펫의 영예는 남의 일이었다.


그런 최성국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4일 개봉하는 '대한이,민국씨'(감독 최진원, 제작 퍼니필름)에는 그동안 봐왔던 최성국표 코미디는 없다. 정신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바보를 연기한 그는 오버와 기름기를 줄였다. 예쁜 고아원 동기 여자를 위해 그녀가 다니는 미용실 앞에 횡단보도를 그리고, 최고의 신랑감이 되는 게 군대에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여느 때라면 한껏 망가진 최성국이 작렬하겠지만 '대한이,민국씨'는 담백하다. 그리고 그 담백함 속에서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최성국은 "최성국표 코미디를 그만 해야겠다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성국표 코미디를 벗고자 했다면 '대한이,민국씨' 차기작으로 '색즉시공2'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지난달 치질수술을 해서 아직 앉는데 힘겹다는 그는 "이런 코미디를 계속 해보고 싶었다"면서 "제작자와 감독은 계속 내가 오버할까봐 조심스러워했고, 나도 스스로 오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면서 이마를 살짝 찌뿌렸다.

항상 유쾌함이 넘치던 그가 조신스러워진 것은 단지 치질수술의 여파 때문은 아니다.

지난해말 인터넷을 통한 악성루머로 한 차례 홍역을 겪으면서 공인으로서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좀 사는 집 자식으로, 또 '선수'로 여유자적한 생활을 살아온 데 대해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최성국은 "아주 중요한 공부를 했다. 알려진 사람은 달라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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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은 안됐지만 원톱으로 출연했던 '구세주'의 경험도 한 단계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

편집실에서 살다시피 하다보니 배우가 열심히 연기한 게 왜 잘려나가는지 알게 됐다. '대한이,민국씨'에서도 많은 장면이 편집됐지만 최성국은 "그 장면들이 다 돈인데 왜 자르겠어요. 다 이유가 있는거죠. 이제는 그걸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게 살았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최성국은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코미디 영화에게 상을 주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현실이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로서 큰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그이기에 시상식은 남의 일이다. 단지 그에게는 최성국표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이 있을 뿐이다.

최성국은 두 개의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은 다 노력한다'이다. 좋은 말 같지만 그는 이 좌우명을 그 얼굴로 멜로한다고 10년째 매달리는 후배들에게 사용하곤 한다. 안되는 것은 빨리 포기하고 자신의 장기를 찾으라는 충고다. 그 자신도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오늘 촬영이 내 마지막 촬영이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망가지는 게 두렵지 않다.

남들과 달랐고, 앞으로도 다를 그는 조만간 치질수술의 여파를 이겨내고 다시 관객을 웃기러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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