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영훈, 눈물의 마지막 길.."당신은 시인이었습니다"

영결예배 열려

김지연 기자  |  2008.02.18 09:40


인기 작곡가 이영훈씨의 가는 길은 엄숙했지만 절대 쓸쓸하지 않았다. 생전 그의 노래가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사람들은 4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난 그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아끼지 않았다.


18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고인을 떠나 보내기 위한 영결예배가 열렸다. 유족과 방송 및 음악 관계자들이 참석한 영결예배는 조용히 진행됐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흐느낌만이 있을 뿐이었다.

가수 유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영결예배에는 생전 고인이 출석하던 교회의 목사 및 가족과 지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흐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추도사에 나선 이문세는 "영훈씨, 하나님의 아들 영훈씨 영정 속의 얼굴이 '문세씨 나 이제 거짓말처럼 안 아프네요'라고 말하듯 웃고 있네요"라며 "추측할 수 없는 고통에 아파하던 영훈씨의 모습이 걸려 요즘 방송도 공연도 무거운 마음에 안 풀렸는데 영정 속의 영훈씨 모습을 보니 이제야 당신의 밝은 모습을 찾으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편히 가시라"며 "당신이 보낸 마지막 문자를 기억합니다. '문세씨, 창밖을 봐요. 함박눈이 와요. 서정주 시인도 이런 날 하늘에 올라갔는데 나도 이런 날 갔으면 좋겠어요.' 숨을 거두기 전까지 시인이었던 당신 앞에 목놓아 웁니다"라고 고백했다.




이문세에 이어 고인의 아들 이정환 군이 눈물로 아버지를 보내는 심경을 고백해 식장은 다시금 눈물바다가 됐다.

이정환 군은 "마지막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잊지 못하고 아픈 팔을 들고 음표를 그리시던 아버지를 기억한다"며 "창작에 대한 열정이 아버지를 아프게 한 것은 아닌지. 만약 작곡가 이영훈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다면 좀 더 우리 곁에 오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었던 마지막 석달, 아버지를 간호하며 행복했습니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눈망울, 내 손 안에서 부서질 것 같은 아버지의 앙상한 다리, 지켜보는 사람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맑고 평온했던 아버지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을 추억했다.


특히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이정환 군은 마음을 다잡고 "힘들었지만 아버지를 간호하던 어머니를 보며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있는가를 다시금 확인했다"며 "아버지는 죽은 것이 아니라 고통스런 깊은 밤을 날아 지금은 화려한 궁전으로 주소를 옮긴 것이라 믿는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나의 자랑스러운 영원한 영웅입니다"고 통곡했다.

고인은 지난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고인은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입퇴원을 반복하는 등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14일 숨을 거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후인 12월26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후 지난 1월2일 같은 병원 암센터로 옮겨 투병을 계속했다.

하지만 고인의 병세는 악화했고,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물과 주스만 마시며 연명해왔다.

고 이영훈은 연극, 방송, 무용음악 등을 만들며 순수예술 영역에서 음악작업을 하다 이문세를 톱가수 반열에 올려놓은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에서부터 7집 '옛 사랑'에 이르는 발라드곡을 만들면서 인기 작곡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이 남긴 '광화문연가', '소녀', '붉은노을', '옛사랑', '가을이 오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은 지금도 후배 가수들에 의해 자주 리메이크되는 명곡이다.

발인은 영결예배 직후인 오전 9시10분께 이뤄졌으며, 장례는 화장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남서울공원묘지. 유족으로는 아내 김은옥 씨와 아들 이정환 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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