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500년' 작가 "'대왕세종' '이산' 막가고있다"

김태은 기자  |  2008.02.20 21:24
↑KBS \'낭독의 발견\'에 출연한 신봉승 옹 ↑KBS '낭독의 발견'에 출연한 신봉승 옹


원로 역사드라마 작가 초당 신봉승씨(75)가 최근 방송중인 사극들을 맹비난했다.

신 작가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역사드라마가 막가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KBS '대왕 세종', MBC '이산'의 비역사성을 개탄했다.


그는 "역사드라마를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는 그 드라마가 사실(史實)과 어느 정도 가깝느냐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며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는 ‘사실’과 얼마간 다를 수가 있겠지만, 그 시대가 지닌 ‘시대정신’은 달라서는 안 되고, 왜곡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왕 세종'에 대해서는 "태종 이방원의 통치시대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다음 시대의 장애물이 될 위험이 있는 자를 가려서 그가 어떤 자일지라도 가차 없이 버렸던 시대’였다"며 태종에 대한 신하들의 무엄한 태도가 그릇됨을 지적했다.


이어 세자(양녕대군)이 드나드는 방이 불분명한 것, 그의 패륜, 명나라 사신의 술상을 업는 것, 임금의 자리를 탐하는 충녕의 언동 등이 잘못됐다고 조목조목 비난하며 "짜증나고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이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호평을 하면서도 "법도에서 벗어나는 몇몇 장면의 과장이 작품천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왕후가 사복을 입고 궐밖으로 나가며 '주상과 세손 중에서 한 사람을 죽여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등을 들어 조선시대의 도덕적 규범을 무너뜨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역사드라마는 국민모두에 국사정신을 심어주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바로 이점이 역사소설이나 역사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에게 주어진 최소한도의 책무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설혹 시청률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이 국민들(시청자)의 역사인식에 해악을 주었다면 작가나 PD는 큰 죄악을 짓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 소설, 평론, 연극 극본, 시나리오, 역사 에세이 등을 집필하며 대학에 출강했으며, 예술원 회원이기도 한 신 작가는 '사모곡', '풍운', '찬란한 여명' 등 수십 편의 사극을 써온 한국 TV 사극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9년간 MBC '조선왕조 500년'의 대본을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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