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개학 시즌과 맞물려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인 3~4월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의 흥행으로 1, 2월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보낸 한국영화계는 극장가 비수기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가려져 그렇지 설 연휴가 꼈던 1, 2월 개봉 한국영화들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연휴에도 치열한 배급경쟁이 벌어진 가운데 전반적인 관객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으며 선도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시작되는 극장가 비수기는 영화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당장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한 '추격자'의 흥행몰이에 최대 변수도 3월 비수기의 시작이다. 대학가 개강으로 평일 관객이 대폭 줄어들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추격자' 투자사 벤티지 홀딩스 관계자는 "어차피 청소년 관람불가인 데다 입소문이 좋아 롱런도 어느 정도 자신한다"면서도 "비수기의 여파가 어느 정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영화계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3, 4월 개봉을 알차게 준비한 작품들이 대기 중이다.
권상우와 송승헌, 그리고 최근 '뉴하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지성이 출연한 '숙명'이 3월20일 관객과 만난다. 어릴 적 친구들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대결을 펼치는 선굵은 영화인 이 작품은 한류스타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개봉 시기를 조절 중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기대작이다. 한석규와 차승원이 각각 형사와 범죄자로 출연한 이 작품은 4월 말 또는 5월 초 개봉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김혜수와 박해일이 30년대 경성으로 돌아간 '모던보이'도 4월 말 개봉을 놓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이 산고 끝에 내놓은 'G.P. 506'은 4월10일 개봉해 올 여름 공포영화 중 가장 빨리 관객과 만난다. 제일 먼저 개봉한 공포영화가 가장 흥행한다는 영화계의 속설이 맞아 떨어질지도 관심사이다.
안성기와 조한선이 출연한 영화 '마이 뉴 파트너'는 '투갑스'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형사 버디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공포부터 시대극,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이 영화들이 3~4월 비수기에 얼마나 관객을 불러모을지, 5월 할리우드 영화 시즌이 도래할 때까지 한국영화들이 선전을 펼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