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 봄은 찾아오는가?
지난해 잔뜩 움츠렸던 한국영화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춘래불사춘'(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이라는 이들도 상당하지만 1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과 2월 '추격자'의 연이은 흥행은 분명히 한국영화계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월 10일 개봉한 '우생순'은 400만 관객을 불러모았으며, 지난달 14일 개봉한 '추격자'는 20일만에 3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 놈 목소리'가 후발주자인 '1번가의 기적'과 고군분투했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도 긍정적인 신호이다.
두 영화가 2008년 시작을 화려하게 열자 영화계에도 반기는 분위기이다.
설시장을 목표로 개봉한 영화들이 상당수 쓴 맛을 봐서 자칫 투자 분위기가 얼어붙을 수 있었는데 두 영화의 흥행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반응이 많다.
한 한국영화 제작사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안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영화의 흥행으로 투자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물론 '우생순'과 '추격자'의 흥행으로 어려웠던 한국영화 살림살이가 단 번에 반전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혹독했던 위기의 여파는 한국영화계에 아직도 여진으로 남아 있다.
3월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영화 보릿고개'도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기를 맞아 한국영화 개봉이 전체적으로 줄며 동시에 작은 규모의 외화 개봉이 이어지는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영화 관람이 여가 생활의 우선 순위에서 바뀌고 있는 현실도 어려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어려운 시기에 전면돌파를 택한 작품도 눈에 띈다.
권상우와 송승헌, 지성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숙명'이 비수기 한복판인 3월20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공수창 감독의 공포영화 'G.P. 506'은 4월3일 관객과 만난다.
대학교 중간고사가 끝나는 즈음에 4월말 개봉을 노리는 기대작들도 화려하다. 한석규 차승원 주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김혜수 박해일 주연의 '모던보이'가 대기 중이다. 올해는 5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가 그렇게 뜨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전통적인 비수기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다시 돌아온 상황이라 좋은 영화들이 뒤따라준다면 마냥 배고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