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철 ⓒ홍봉진 기자 honggga@
"13년째 연기를 하다보니 진상우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란 생각은 안 들어요."
탤런트 이형철이 5일 첫 방송된 SBS '온에어'를 통해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연예 기획사 대표 진상우는 이익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연예인을 톱스타로 만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진상우를 통해 이형철은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사람이든 항상 '나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포장하기 위해 내뱉지 못할 말들을 진상우는 서슴없이 내뱉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사람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늘 미움 받는 게 두려워,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어 이미지 관리를 해요. 그런데 진상우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에요.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리니 가끔은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더군다나 그는 공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에게는 좀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편이다. 늘 말과 행동의 제약을 받았던 그에게 진상우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이형철 ⓒ홍봉진 기자 honggga@
특히 한해, 두해 연기 경험이 쌓이면서 이형철은 좋은 매니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매니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릴 때는 인간적이고 착한 사람이 마냥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 사회를 알게 되면서 일과 사람은 별개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경우에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그가 진상우란 인물이 악역임에도 애착을 갖는 이유다. 다행히 그는 "진상우는 악역이지만, 기본 심지는 있다"며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도보다는 쉽고 빠른 길을 택했을 뿐"이라 설명했다.
진상우란 인물에 애착을 가진 만큼 이형철은 '온에어'를 통해 시청자들의 미움을 톡톡히 받아볼 생각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할 시기였다'는 말처럼, 이형철은 '어떤 배역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란 믿음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좋아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즐겁지만,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늘 정상에 올라갈 기회는 찾아오지 않겠어요? 언젠가 저와 궁합이 맞는 작품을 만날 거라 믿어요. 지금은 그 과정입니다."
어느덧 연기생활 13년이지만, 그는 정상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꿈이 있어 오늘의 피로함을 더 견딜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