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기자'가 본 '재벌집 사모님' 장미희 vs 이휘향

김관명 기자  |  2008.03.24 17:24


재미있다. 무슨 경험을 해봤어야 제대로 알텐데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재벌가 사모님 이야기, 그것도 한쪽 집안이 몹시 기우는 결혼에 얽힌 KBS SBS 두 주말드라마 얘기다.


일단 김수현 작가의 KBS '엄마가 뿔났다'는 양가 상견례까지 끝냈다. 재벌집은 김용건과 장미희, 세탁소집은 백일섭과 김혜자다. 우여곡절 끝에 크게 마음먹은 장미희의 용단으로 김혜자의 딸(이유리)을 자신의 아들(기태영) 신붓감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23일 한 호텔에서 치러진 양가 상견례. 강남의 특급호텔 소연회장을 통째로 빌린 장미희네에 기가 죽은 건 비단 백일섭 김혜자만이 아닐게다. 호텔 부장에게까지 반말을 써가며 "잘 모시라"고 할 정도면 과연 그 주빈은 어느 정도까지 '끗발'이 있어야 할까.


그러나 더욱 불편해지는 건 김혜자를 보는 장미희의 못마땅한 얼굴이다. "내가 이런 우아한 데서, 이렇게 고급 다이아몬드 장신구로 치장까지 했는데 당신은 뭐가 잘 나서 왜 이리 당당해?" 하는 식의 얼굴표정. 여기에 말 한마디 지지 않고 끝까지 할 얘기 바득바득 다 하는 '없는 집' 김혜자의 당당함에 장미희는 거의 졸도 직전이다.

도대체 집에 얼마나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왕비처럼 떠받들어져 살아왔어야, 이렇게 사돈될 사람에게까지 경멸과 속물근성을 내보일 수 있으려나. 그러면서도 "난 배금주의를 경멸해요"라며 자기 양심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안 주려는 영리함과 자기방어까지!


같은날 SBS '행복합니다'(극본 김정수)도 엇비슷했다. 이쪽 재벌집은 길용우와 이휘향, 야채가게집은 이계인이다. 역시 우여곡절 끝에 이상할 정도로 쉽게 포기한 이휘향의 용단으로 이계인의 아들(이훈)에게 자신의 딸(김효진)을 주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두 드라마 모두 재벌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을 사위(이훈)와 며느리(이유리)로 삼게 됐다.)

재벌가가 주도한 결혼식 전후풍경에 눈이 휘둥그래진 건 이계인 이훈 안용준 이들만이 아니다.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고 눈이 높아야 17미터짜리 웨딩드레스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왔을까. 또 얼마나 넓고 높은 집에서 살아야 마당 있는 이계인의 2층 양옥집을 보면서 '코딱지만하다'며 눈살을 찌푸릴 수 있을까. 여기에 100만원짜리 수표로 100장, 1억원을 예단비로 보내면서 "많지도 않고 섭섭하지도 않은 수준"이란다.

하지만 이상한 건 이렇듯 '속물' 내지 있는 집안의 호사스러운 '잰 채'로만 그려질 수 있는 두 사모님에게 이상하리 슬슬 '공감'이 간다는 사실. 여기서 공감이란, '그들만의 리그'라고 체념한 데서 오는 그런 소극적 이해가 아니다. 기분은 나쁘지만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적극적 이해와 용서, 그런 쪽이다.

보시라.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장미희는 결코 '못된 팥쥐 어미'도 '교양없는 졸부'도 아니다(본인 주장대로!). 대표적인 게 김혜자가 "어렵사리 돈 500 만들었으니 혼수비로 받아달라"는 말을 하자 잠시 생각한 후 이를 받아들인 장면. 웬만한 졸부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왜 있잖은가. 겉으로야 "됐다. 어려운 형편이신데 신경쓰지 마시라. 저희가 불편하다"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겨우 500 갖고.."로 투덜대고 안하무인할 그런 상황.

이휘향 역시 보면 볼수록 '돈많은 소녀 취향의 유한마담'일 뿐 남 해코지하거나 업신여기는 못된 존재는 결코 아니다. 그 비싼 웨딩드레스 마다하고 짧은 웨딩드레스 골라 입은 철딱서니없는 딸, 어느 부모가 예뻐할까. 또한 이왕이면 호사스럽게 딸자식 시집보내고 싶은 그런 결혼식장에서, 이쪽 사돈 표정은 전혀 살피지 않고 고래고래 노래부르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저쪽 이계인 집안이 오히려 문제가 있으면 있는 거다.

이는 결국 재산과 사회적 명망의 있고 없고를 떠나,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은 결국 매한가지라는 얘기 아닐런지. 결혼문제로 대놓고 대든 아들놈에 눈시울이 붉어지고(장미희), 결혼식후 본가로 향하는 딸네미에 훌쩍 등을 돌리고 마는(이휘향) 그런 부모 마음. 이런 기본 정서를 '콱' 틀어잡고 두 재벌 사모님을 요리조리 요리하는 두 베테랑 작가에 감탄과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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