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문' 김희령 "컨셉트는 가정부가 아닌 비서"

김현록 기자  |  2008.05.02 07:30
탤런트 김희령. ⓒ송희진 기자=songhj@ 탤런트 김희령. ⓒ송희진 기자=songhj@


"미세스문∼"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길게 꼬리를 빼는 장미희의 우아한 부름에 "네에∼"하고 화답하는 이가 있으니 그녀가 바로 '미세스문' 김희령(44)이다.


KBS 2TV의 인기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에서 '산 채로 사람 포 뜨는' 준재벌 사모님 장미희의 수족 같은 가정부 미세스문은 이 드라마의 숨어있는 1인치 같은 존재. 미세스문을 연기하는 김희령 역시 제대로 된 프로필도 하나 공개하지 않고 꼭꼭 숨어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던 연기자다.

그러나 골목길 아이들마저 "미세스문∼"을 소리높여 부르는 요즘, 문득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안녕하세요 미세스문. 그런데 대체 누구신가요?


"기억하는 분이 많지 않으실 거에요. 사실 동국대 연영과 3학년 시절이던 1985년 KBS 11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했거든요. 그땐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았어요."

의외의 이력에 깜짝 놀랐지만 김희령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다. 안방극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얼굴이지만 김희령은 만만찮은 이력의 소유자다.


데뷔 당시 인기프로였던 'TV문학관'에 단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만큼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내성적인 성격 탓에 방송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2년만에 국립극단으로 자리를 옮겨 쭉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신인상도 탔다. 당시 TV부문 신인상은 하희라에게 돌아갔다.

탤런트 김희령. ⓒ송희진 기자=songhj@ 탤런트 김희령. ⓒ송희진 기자=songhj@


"역시 연극배우인 남편이랑 결혼을 했는데 임신을 하면서 쉬다가 이제야 활동을 시작한 거죠. 28개월된 딸이 있어요. 우리 딸도 '엄마가 뿔났다'를 보고 나서 엄마 나왔다고, 이거 보라고 얘기해주고 그래요."

사실 '엄마가 뿔났다'에는 1회에 잠깐 등장하는 산부인과 의사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눈여겨본 정을영 PD가 가정부 미세스문 역할을 제안했다. 이름도 없이 그저 미세스문이라 불리는 역할이 연기 경력만 20년이 넘는 그녀에겐 다소 충격이었다.

"연극 때는 주인공만 했어요. 박해미씨 같은 동료 연기자들이 화려하게 데뷔했잖아요?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라는 대하드라마에 출연하고 17년만의 방송복귀인데 가정부라고 했을 땐 마음이 어땠겠어요. 사실 복잡한 생각이 많았죠."

서러운 일도 많았다. 20년 가까이 연극을 했는데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증이 안된 배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낙심하던 당시 만난 은사는 가정부 역할이라도 들어오면 다 해 보라며, 네가 가정부를 연기한다고 가정부의 삶을 사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김희령을 다독였다. '그래 그거라도 하자'고 했는데 '엄마가 뿔났다'에서 정말 가정부 역할이 들어왔다.

김희령은 복잡한 생각을 떨치고 그대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모든 것에 감사하자고 생각하고 나니 모든 게 편안해졌다. 이제는 1주일에 한 번 세트 촬영장에 갈 때마다 더 즐거운 마음이 됐다. '미세스문' 캐릭터에도 더더욱 애착이 간다.

"확실히 김수현 작가가 작명을 잘 하세요. 미세스박이나 미세스김이었으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미세스문이니까 부르는 여운이 있잖아요. 언젠가 분장실에서는 '김기사∼'처럼 미세스문도 패러디해서 개그 만드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어요."

탤런트 김희령. ⓒ송희진 기자=songhj@ 탤런트 김희령. ⓒ송희진 기자=songhj@


매회 고상하게 소리높여 미세스문을 찾는 장미희나, 꽥꽥대며 미세스문을 부르는 말썽쟁이 구관조는 최고의 파트너. 오는 4일 방송분에선 미세스문이 왜 그렇게 구관조와 애증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지가 상세하게 나올 예정이다.

"며느리로 들어온 영미(이유리 분)한테 구관조 밥 만드는 법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어요. 생붕어를 볶아서 말려서 빻고 배추즙을 섞어서 모이를 만드는데…. 이녀석은 그 정성도 모르고 '미세스문, 미세스문' 하고. 이러니 미세스문이 구관조에 대해서 감정이 좋을 리 있겠어요.(웃음)

구관조랑 같이 연기하느라 어려운 건 없는데 너무 소리를 꽥꽥 질러서 평소엔 분장실에 새장째 있어요. 연기할 때만 세트로 들어오죠. 참 아시죠? 그 '미세스문'은 성우가 따로 녹음하시는 거에요."

미세스문은 코디 법칙도 따로 있다. 사실 미세스문의 컨셉트는 가정부가 아니라 비서다. 펑퍼짐한 옷차림과 꽃무늬 앞치마는 없다. 김희령은 "깨끗한 업스타일 헤어, 블랙 앤 화이트 위주의 의상가 기본"이라며 "앞치마도 모노톤 2개를 정해두고 돌려쓸 정도로 디테일하다"고 설명한다.

"작은 캐릭터지만 자부심을 갖고 연기해요. 제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사람들이 미세스문을 이야기해주는 게 너무 힘이 되지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역할로 맡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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