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2', 1300년후 나니아에선 어떤 일이?

김현록 기자  |  2008.05.09 07:30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반지의 제왕'과 비교되는 판타지의 고전이다. 그러나 2005년 영화화된 1편은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과는 달리 유독 한국에서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7억4500만달러를 벌어들인 디즈니 최고의 흥행작임에도 불구, 국내 시장에서는 이른바 '어린이 영화'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탓이 컸다.


때문에 3년 뒤에 다시 선보이는 후속편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는 1편과 어떤 변화를 꾀했느냐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대대적인 보안 속에 뚜껑을 연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는 여전히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액션 판타지였다. 그러나 몇몇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옷장은 사라졌다. 나니아에서의 생활을 끝낸 뒤 평범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페번시의 4남매는 1년만에 우연히 나니아의 세계로 돌아온다. 그러나 나니아에서는 이미 1300년이 흐른 뒤. 그 사이 나니아의 번영은 끝났고, 인간인 텔마린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4남매는 그 사이 왕위를 노리는 숙부에게서 달아난 텔마린의 정통 왕위 계승자 캐스피언 왕자와 손을 잡고 나니아의 재건을 노린다. 물량으로 밀어부치는 텔마린과의 대결은 힘겹기만 한데, 고귀한 지도자인 사자 아슬란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막내 루시만이 그를 봤을 뿐, 다른 형제들은 아슬란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

2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내에서 벌어진 큰 논란을 의식한 듯 노골적이리만치 진했던 기독교적 색채가 다소 희석됐다는 점이다. 1편에서 남의 죄를 대신 지고 가는 아슬란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켰다면 2편에서는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것인가'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어린 주인공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정도다.


기독교적 색채가 희석되는 사이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는 대신 인간과 자연의 대비와 그 대결 구도로 새롭게 읽힌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나무를 베는 텔마린과 생쥐 기사부터 반인 반수의 생명들까지 모두 모인 나니아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인간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던 나니아의 동물들이 '오랫동안 짐승 취급을 당해' 포악한 야수로 변했다는 설정은 이같은 대립 구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과연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는 1편의 한국시장 부진을 씻고 흥행작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어린이 모험극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잘생긴 꽃미남 캐스피언 왕자로 성인관객에게 어필하기엔 다소 힘이 부칠 듯. 아슬란은 물론 얼음 마녀까지, 1편에 등장한 나니아의 주요 인물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등장해 사전 지식이 없다면 영화를 즐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개봉.

어린 학생들을 두고 흉흉한 뉴스가 쉼없이 들려오는 요즘,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니아 연대기'의 기본 설정 자체다. 아이들은 꿈과 환상의 세계에서 활약하지만 그들이 발을 딛고 사는 세상은 전쟁이 한창인 1940년대의 영국이다. 꿈에 그리던 나니아로 돌아온 수잔은 푸념한다. "그러면 뭘해, 어차피 다시 돌아가게 될 걸." 학원에 시달리고 이른 입시준비에 허덕이는 한국의 아이들은 과연 '나니아 연대기'에 푹 빠져 그저 신나게 2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15일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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