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더이상 '도마 위 생선' 안될래요"(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05.09 10:27
ⓒ<최용민 leebean@> ⓒ<최용민 leebean@>


그룹 씨야의 남규리 만큼 오해와 편견에 쌓인 연예인도 드물다.

웃고 있으면 웃는다고, 울면 운다고, 가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 한마디 못하고 웃고만 있어도 예쁜 얼굴 때문에 용서가 되는 분위기에 곧바로 짜증난다는 댓글이 올라온다.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또 남규리 중심이군'이라는 비아냥이 여지없이 올라온다.

안티도 관심의 증거라지만 남규리에 쏟아지는 채찍질은 다른 연예인이라면 쉽게 피할 수 있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남규리가 영화에 도전한다. 남규리는 이달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공포영화 '고사'(감독 윤홍승, 제작 코어콘텐츠미디어, 워터앤트리)에 활동력있는 고교 3년생으로 출연한다. 드라마 출연 경험도 없는 데 주인공으로 이범수와 호흡을 맞춘다.

남규리의 영화 출연 소식에 벌써부터 안티들은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뛰려고 든다며 들썩이고 있다. 남규리, 그녀는 왜 이토록 열렬한 관심을 받으면서까지 연기에 도전하려 할까?


-'고사'에 맡은 역은 무엇인가.

▶기숙사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똑똑하고 성격이 강하며 자기 표현이 자유로운 인물이다. 다른 시나리오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원래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었나.


▶드라마타이즈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희열 같은 것을 느꼈다. 가수와는 다른 성취감을 느꼈고. 학원물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극중 캐릭터가 자기 주관과 고집이 뚜렷한게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대중은 남규리가 고집이 뚜렷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에서 숫기가 없어 웃기만 하는 예쁜 여자로 기억하는데.

▶성격이 막 나서거나 그렇지는 않다. 아는 사람들과 있으면 한없이 장난꾸러기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이라 잘 나서지 못한다. 작가 언니들이 어떻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지만 막상 남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못한다. 그러면 차라리 웃고만 있으라고 한다.

사람들이 내 웃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도 같고. 하지만 말을 잘못한다고 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인물은 단지 자기 주장을 밖으로 잘 표현하고 나는 안으로 담아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단편 드라마도 찍어본 적이 없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쉬운데.

▶사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극 중 인물로 빠져들고 그 인물과 영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남규리는 끼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끼가 없다면 이 직업을 할 수 있을까? 말을 잘하고 사교성이 좋은 것만이 끼가 있는 게 아니다. 조용하면서 한번에 끼를 발산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내 끼를 아끼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드러내려 한다. 수줍은 모습조차도 내 안에서는 자신이 있는거다. 단점까지 포함한 내 자체를 사랑한다.

- 단점이라고 부를 만큼 콤플렉스가 있나.

▶당연히 있다. 모델처럼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얼굴도 갸름하지 않다. 동글동글할 뿐더러 광대뼈도 나왔다. 얼굴이 부으면 하루 세끼를 꼬박 굶어나 붓기가 빠진다. 피부도 약해서 멍도 잘생긴다. 그러다보니 너무 창백해져서 귀신 얼굴처럼 되기도 하고.

하지만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을 사랑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연기로 표현할 생각이다. 한 배우가 예쁘기만 한다면 그건 CF지 않나.

ⓒ<최용민 leebean@> ⓒ<최용민 leebean@>


-또래 연예인 중 남규리만큼 오해와 편견이 많은 사람도 없는데.

▶그런 오해와 편견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친구(먼데이키즈 김민수) 장례식에 갔는데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운 사진에 '연기하는 거 아냐'라는 글이 붙었더라. 그런 것들을 일일이 신경썼다면 미쳐버렸을 것이다.

-남규리는 참한 이미지 때문에 뒤로 호박씨 까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런 편견 때문에 루머가 만들어지고. 방송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편견을 부채질하는데.

▶주위에서 이런 소리를 한다. 넌 왜 항상 '도마 위의 생선'이냐고.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는 않는데 나는 작은 일에도 논란이 인다면서. 화장법을 고쳐도 말이 나오고, 다리를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 각선미 논란이 일더라.

그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생각도 굉장히 많아졌다. 많은 생각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고 미니홈페이지에 이런 저런 생각을 적으면 그게 또 논란이 일더라.

하지만 왜 이런 사람 있지 않나. 처음에는 오해도 많았지만 시간이 걸려 그를 알게 되면 '아, 쟤가 저런 녀석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더 이상 도마 위의 생선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이 많다면 이번 영화 출연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텐데. 5월 중순 촬영이 들어가 7월말 혹은 8월초에 개봉하는 '스피드'한 일정이던데.

▶그래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단지 빨리 찍어야만 하는게 아니라 실수도 없어야 한다. 다시 찍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내 성격을 캐릭터에 녹여내겠다고 한 것이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기보다는 나를 드러내는 게 더 빠를 것 같기 때문이다.

-연기가 하고 싶었다면 더 편한 방법도 있었을텐데. 드라마로 시작하거나 느긋한 여유가 있는 작품도 제의를 받았을 테고.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다. 가수가 되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데모 테이프를 녹음하고 오디션볼 때 입을 옷을 사고 그랬다. YG엔터테인먼트에 있다가 나왔을 때 방황도 많이 했다. 그래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마침내 좋은 인연을 만나 지금의 씨야가 될 수 있었다.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항상 갈망하다가 기회가 주어질 때 택해야 하는 것 같다.

-이범수의 상대역이다. 이범수와 남규리의 조합을 꼭 좋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비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규리여서 위험하지 않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범수 선배님과 뮤직비디오 '사랑가'를 찍으면서 카메라를 보는 법이라든지 많은 것을 배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이고 그걸 배우고 싶다.

그런 소리들이 두려우면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한다.

-연기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면 연기에 도전했던 다른 가수들처럼 본업에 충실하겠다고 할텐가.

▶무엇을 하든 아무리 안되도 다시는 안할래요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평도 듣겠지만 한번 하자고 마음 먹으면 꼭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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