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 복장을 하고 있는 이준기 ⓒ홍봉진 기자 honggga@
그는 매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눈을 뜨고 있는 매순간 연기만 하고 싶다. 한번 영화를 찍고 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드라마 제작현장에 질려 드라마 찍기를 피하는 배우도 있지만, 그는 눈만 뜨면 카메라가 돌아가는 그 곳이 좋다.
20대는 한번 뿐이지 않은가. 이 혈기왕성한 20대 때 그는 좀 더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고 더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다! 열정, 그야말로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배우다. 바로 오는 21일 SBS ‘온에어’ 후속으로 방송되는 ‘일지매’의 이준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왕의 남자’로 친숙한 이준기가 이번에는 조선 시대의 영웅 ‘일지매’로 돌아왔다. 15일 늦은 오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홍대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한 캐릭터 창조 작업도 70% 정도는 만족스러워요.”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준기는 “현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준기는 데뷔전부터 ‘일지매’의 이용석 PD와 친분이 있다. 예전 기억을 되살리며 이 만큼 성장한 이준기를 자랑스러워하는 감독에 대한 신뢰와 감독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덕에 이준기는 최상의 연기를 뽑아내고 있다.
“감독님과 허물없이 얘기하고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제 연기의 정수를 뽑아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배우가 자신감이 생기면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아 좀 더 연기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더욱이 ‘일지매’란 작품은 이준기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4년 정도의 신인시절이 올림픽대표 상비군이었다면,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서는 국가대표로 발탁됐어요. 그리고 지금, 이준기란 배우가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어떤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새로운 기록과 결과물을 얻기 위해 도약하려 하고 있어요. 이 지점에 서 있는 작품이 바로 ‘일지매’에요.”
그는 ‘일지매’를 이준기란 배우의 도약기라 표현했다. 얼마만큼의 성과가 나오느냐가 향후 이준기가 배우로 거듭나는데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물론 이준기는 알고 있다. 판단의 대중의 몫이라는 점을. 다만 이준기는 “시청률이야 잘 나오면 당연히 배우 입장에서 좋은 것 아니겠냐”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대중적 지지와 함께 1년 혹은 1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 ‘마니아적 성향’도 갖춘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30% 혹은 40% 대박도 그때뿐이라면 속상할 것 같아요. 어렵겠지만 시청률도 잡고 10년 뒤에도 사랑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냐고요? 진심이죠.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있어요.”
배우는 입이 아닌 연기로 말한다는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3,4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 모두 연기에 쏟고 있다.
“제가 약간 변태적 성향이 있나봐요. 하하하. 엄청 고생하는 것에서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거든요. ‘일지매’에서도 힘들지만 그런 희열을 맛보고 있어요.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처럼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아직 여유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하물며 전 오죽하겠어요. 연기에만 미쳐 지내도 1분 1초가 모자란 지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