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데~' 허경환 "방송초 NG 7번..개콘 최고기록"

최문정 기자  |  2008.05.18 14:10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 허경환 ⓒ송희진 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 허경환 ⓒ송희진 기자


'연예가중계'서 MC 김제동이 시도했던 개그,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선 아예 주요 소재로 쓰였던 바로 그 개그.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 "있는데~"가 새로운 유행어로 등극했다.


기억하기 쉽고 따라하기도 쉬운 '있는데~'는 정작 이 개그를 하는 개그맨 허경환 본인이 선보일 시간이 없을 만큼 모든 이들이 따라하며 그 관심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가끔 허경환의 모습을 '개그콘서트' 밖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도 그 중 하나였다. 거의 모든 개그맨들이 출연하여 자전거로 믹서기를 돌리고 개그도 선보였던 이 방송에서도 '있는데~'는 최고의 인기였다. 그런데 막상 허경환이 선보이는 '있는데~'는 눈에 띄지 않았다.


"남들이 하면 내가 하기엔 부끄러워져버린다. 그래서 난 그냥 흘려버렸다."

코너에서 늘 당당하다 못해 뻔뻔스러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허경환이다. 그런데 이런 수줍음이라니 생각치도 못했던 면모였다.


"'있는데~'도 사실은 변명을 하기 위한 말이다. '지금 가고 있는데~', '찾고 있는데~'처럼. 그래서 원래는 말을 흐리듯 했는데 감독이나 작가들이 짚어줘야 재밌다고 해서 강조하게 된 것이다"

허경환은 '있는데~'가 경상도 출신인 그가 하는 것처럼 사투리가 섞이고 조금은 짜증을 섞은 말투를 내야 맛깔스러워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험 결과, 서울 출신이 하는 '있는데~'는 정말 그의 말처럼 심심했다. '있는데~'는 확실히 경상도 출신 사람이 그 지역의 색을 담아내니 훨씬 맛깔스러워졌다.

개그맨 허경환 ⓒ송희진 기자 개그맨 허경환 ⓒ송희진 기자


"개그는 공감대인 것 같다. 굳이 이상하고 특이한 유행어를 가져와서 하면 익숙해지느라 시간이 걸린다. 반면 늘 생각하는 말들을 개그로 하면 식상해도 친숙하다. 다만 수위조절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내뱉지는 않는 것, 그걸 내가 내뱉어야 웃길 수 있다."


'바보야' 같은 말은 늘 쓰니 개그로 해도 안 웃기지만 '있는데~'같은 말은 속으로 늘 '지금 하고 있는데~'처럼 머금고만 있던 친숙한 말이라 개그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함께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개그를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친숙한 말, 공감할 수 있는 개그를 하고자 한다는 것은 동시에 그의 고민이기도 하다.

"솔직히 내 개그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나는 웃긴데 남들은 식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선배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더 불안했다. 지금은 좀 편안해졌지만 예전엔 말도 제대로 못 꺼냈다."

유행어까지 내며 뜨고 있는 개그맨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아직 신인은 신인이었다. 허경환은 KBS 공채 22기 출신, 2007년 정식으로 개그맨 활동을 시작했다. 레크레이션 MC나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며 활동한 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정식으로 '개그맨이 되겠다' 마음 먹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이제 1년이 좀 넘어간다.

"지금 난 진짜 밑, 애벌레다. 지금이야 밑에 후배도 들어왔다고 하지만 작년까진 정말 많이 힘들었다. 초반에는 적응을 못해 무대에서 NG를 7번이나 내기도 했다. "

초보의 불안한 마음에 대사의 흐름만 끊겨도 녹화를 끊고 '죄송합니다'를 외쳤다는 허경환. 덕분에 개콘 역사상 최대 NG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그는 "그러면서 많이 성장하게 됐다"며 웃는다. 그 후로 바짝 더 긴장하게 됐고 이제는 기술도 생겨 NG를 한 번도 안 내게 됐다는 것이다.

확실히 촬영 현장의 그는 대사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날때도 "아, 그게~~"라며 말을 끌 수 있을 만큼 담도 커졌다. "뭐, 편집해주시겠죠~"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선 조금씩 프로(?)의 모습도 묻어났다.

개그맨 허경환 ⓒ송희진 기자 개그맨 허경환 ⓒ송희진 기자


그런 허경환에게 존경하는 선배, 담고 싶은 프로는 개그맨 유세윤이다. "유세윤이 최고"라며 눈을 빛내는 그의 모습엔 선배에 대한 존경을 넘어 미래에 대한 당찬 포부가 가득차 있었다.

"선배는 황금어장에 갈 때 '유세윤도 황금어장에 나오네'가 아니라 '유세윤이 황금어장에도 나오네'하며 기대를 받았다. 나는 선배처럼 개그맨으로서 인정을 받고 '드디어 버라이어티로 가는구나'는 평을 받고 싶다. 인정 받고 나오는 거랑 무작정 나오는 거랑은 차이가 있지 않은가."

"원래는 버라이어티 MC를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먼저 어울려서 웃을 수 있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허경환. 최고보다 주위에 꼭 있을 법한 사람, 최고의 MC보다 많은 사람과 대화하며 끌고 갈 수 있는 MC가 되고 싶다는 허경환이 친근함으로 개그계에 우뚝 설 내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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