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칸의 한 노천카페에서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호평을 받은 행운아이다. 그런 그가 '추격자'로 제61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한국영화계에 일대 사건이었다.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지 반응도 매우 뜨겁다. 17일 미드나잇 스크리닝 이후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의 호평이 쏟아졌을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전세계 9개 국가에 배급 판권이 판매되는 성과도 거뒀다.
나홍진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 카메라상에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터라 수상 여부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거둔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힐 수도 있다.
19일 칸의 한 노천카페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은 그러나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황금 카메라상의 후보이기는 하지만 유력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칸영화제에 초청돼 누리는 기쁨은 좋은 추억이다. 하지만 축제일 뿐 내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황금 카메라상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후보는 맞는데 유력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원래 24일까지 칸에 머무를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후보에 올랐으니 끝까지 남아있을 뿐이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만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오늘 하정우와 함께 먼 발치에서 봤다. 내일 황금 카메라상 후보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만나기로 했는데 기대된다.
-'추격자'에 대한 칸 관객 혹은 외신의 반응 중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면.
▶어떻게 한 영화에 호러와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담을 수 있었냐며 궁금해 하더라. 관객의 반응은 한국과 일치했다. 개미 슈퍼 장면에서는 탄식을 하며 소리도 지르더라.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하정우가 개미 슈퍼에서 망치를 달라고 하는 부분에서 블랙 코미디라는 인상을 받았는지 웃음을 터트리더라. 문화적인 차이인 것 같았다.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칸까지 왔는데.
▶영화를 만들 때 목표는 있었지만 그게 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와보니 굉장히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공식 상영일 전날 뤼미에르 극장에서 기술 시사를 했는데 무척 떨리더라. 또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박수를 치는데 간만에 후달렸다.
-김윤석 하정우와 다시 한번 작업을 할 용의는 있는지.
▶그들과 또 다시 하도록 좋은 시나리오를 이제부터 쓰려한다.(웃음)
-다음에는 경쟁작으로 칸영화제를 찾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는 않았나.
▶오면 좋지만 영화제는 며칠간의 축제일 뿐이다. 정말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내 본질적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내 영화의 대상은 한국관객이다.
-'추격자'가 이후 넘어서야 할 벽이 될 수도 있는데.
▶앞서 수많은 선배 감독님들의 영화를 보면 그들도 꾸준히 다음 작품을 만들었다. 한 작품은 그것만으로 독립적인 존재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다음 작품과 '추격자'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는다.
-'살인자'(가제)가 차기작이라고 발표했는데.
▶아직 제목도 가제고 다른 제목을 생각 중이다. 준비를 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다만 차기작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