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 선수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 ⓒ홍봉진 기자 honggga@
“기대고 싶을 때 내 곁에 있고 싶을 때 내가 옆에 있어 주지 못해, 그대 미안해요, 사랑해요.”
연애편지가 아니다. 지난해 복싱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 후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고(故) 최요삼 선수의 유해가 안치된 납골당에 붙어 있는 편지의 한 구절이다.
20일 늦은 오후 찾은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엘리시움홀에는 지난 1월3일 공식 뇌사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 최요삼 선수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어느 누구라도 문득 고인이 보고 싶어지면 발길을 옮기게 되는 곳이다.
이 곳에 생전 고인과 절친한 사이로 남다른 우정을 나누던 힙합듀오 리쌍의 개리가 장문의 편지를 남겨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개리는 손수 쓴 편지에 “기대고 싶을 때 내 곁에 있고 싶을 때 내가 옆에 있어주지 못해 그대 힘들었나요. 내가 옆에 있어 주지 못해, 그대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첫 문장을 통해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개리는 “2008년 1월3일 조금만 더 버텨주길 오늘만 지나면 괜찮아지길 바랐던 내 소중한 사람이여. 하늘로 떠났을 때 흐르는 눈물은 마치 변명 같았지. 돈 번다, 성공한다. 그래 난 살기에만 바빠 힘들 때 나를 찾던 그의 손 한번 붙잡아 주지 못했던 나였기에…”라며 고인을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후회와 아픈 심경을 담담히 털어놨다.
사실 개리의 한 측근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개리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우연히 찾은 체육관에서 알게 돼 이후 호형호제하며 남다른 우정을 쌓아왔다.
이 관계자는 “최요삼 선수가 타이틀 방어전을 할 때 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이벤트도 하는 등 생전 무척이나 절친한 사이였다”며 “개리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솔직히 적어 놓은 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인의 납골당에 남겨져 있는 편지는 평소 개리가 작사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노트로 문득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몰려왔을 때 생각나는 감정을 솔직히 적어 놓은 것이다.
특히 사망판정 후 6명의 말기 환자들에게 장기를 기장한 고인을 향해 개리는 “자신의 몸마저 다 주고 떠난 하루하루 멋지게 살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떠난 내 소중한 사람아. 이젠 제발 편히 살아”라고 당부의 말로 끝맺음했다.
개리가 최요삼 선수에게 쓴 편지 ⓒ홍봉진 기자 hongg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