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정우성, 칸에서 '놈들'을 말하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08.05.24 08:01


'이상한 놈' 송강호와 '좋은 놈' 정우성이 마침내 칸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24일 제61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으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상영되는데 앞서 22일 밤 느즈막히 칸에 도착했다.


송강호와 정우성이 23일 오후 칸에 위치한 레지던트 올스위트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지난해 '밀양'에 이어 2년 연속 칸을 찾은 송강호는 한결 여유있는 얼굴이었다. 정우성은 그런 송강호에 전염됐는지 재치있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놈놈놈'에 드라마를 운영하는 송강호가 극 중 캐릭터답게 농담을 꺼내면, 정우성이 "거 참 이상한 사람이네"라며 거들었다.


탁구공처럼 오고가는 두 사람의 대화가 어느샌가 영화 속 모습과 겹쳐졌다. '좋은 놈'과 '이상한 놈'이 전하는 '놈놈놈' 이야기를 전한다. 두 사람의 어투를 살리기 위해 답변은 존칭으로 옮겼다.

-칸에 온 소감은 어떤지.


▶송강호(이하 송): 기분이 좋구요. '밀양'과 '놈놈놈'은 내용이나 분위기가 다르지만 최고 영화제에 초대 받는게 기분 좋은 일이죠. 한국영화계가 침체돼 있는데 다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됐으면 합니다.

▶정우성(이하 정): 좋지요.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가 칸이라는 게 기분 좋은 일 아니겠어요. 온지는 얼마 안됐지만 필름마켓에서 영화를 본 외국분들이 좋은 평가를 많이 해주더라구요. 의기양양한 태도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우성씨가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돌리는 장면이 예고편으로 공개된 뒤 폭발적인 반응이 일고 있는데.

▶정: 촬영 전부터 욕심을 냈어요. 달리는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총을 돌리면 멋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쉽지가 않더라구요. 무겁기도 하고 아무래도 말 위에서 하다보니. 그래도 괜찮은 그림이 나왔지 않나 생각이 들던데요.(웃음)

-송강호씨는 김지운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은 뒤 어떤 역을 맡으면 되냐고 했다던데. 남들은 당연히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나.

▶송:그게 어떤 역이라는 이야기를 안듣고 시나리오를 받아서 어떤 역을 맡을 지 몰랐어요. 김지운 감독에게 물어보니깐 웃더라구요.

▶정:저는 대번에 알겠던데요. 시나리오를 보니깐 강호 형이 뛰어다니더라구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다른 배우 영상이 떠오르는 적은 처음이었어요.

-워낙 뛰어난 배우들이라 현장에서 기(氣) 싸움도 대단했을 것 같은데.

▶정:글쎄요. 워낙 강호 형이랑 해보고 싶었고. 그런 기라는 것들이 한가지 목표로 달리니 상승 효과가 난 것 같아요.

▶송:어떻게 하면 어려운 액션들은 남들이 하고, 쉬운 것은 내가 할까 생각했죠.

▶정:진짜 이상한 생각 하시네.(웃음)

▶송: 난 이분들과 함께 할 때 동료지, 선배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경험을 많이 배웠죠. 단지 나이가 많으니 형 노릇을 할 뿐이구요.

-액션 장면 촬영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다.

▶정:해발고도가 2000m가 넘는 곳에서 열차에 서로 오르는 오프닝 장면을 찍었는데 강호 형이 안쓰럽더라구요. 나는 말을 타고 달렸지만 강호 형은 쉬지않고 뛰었거든요.

▶송:휴대용 산소 호흡기를 가지고 가서 한번 뛰고 산소 마시고 한번 뛰고 산소 마시고 그랬죠. 2000m 되는 곳에서 전력질주를 하니깐 참 힘들더라구요.

▶정: 그다지 전력질주는 아니었던 것 같던데요.(웃음)

▶송: 이병헌이 오프닝 장면을 너무 세게 찍어서 하이라이트 장면은 어떻게 찍으려 하나고 물을 정도였으니 굉장했죠.

-오랜 시간 동안 중국에서 함께 지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송: 쉬는 날마다 축구를 해서 진 팀이 회식비를 냈을 정도로 화목하게 지냈습니다.

▶정: 강호 형은 그 순간 만큼은 배우가 아니었어요. 대개 각 팀의 배우가 회식비를 내는데 강호 형은 슬쩍 빠져서 배우들에게 돈을 걷는데 열심이었어요. 구단주 마인드였죠. 회식이 끝나면 돈이 남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돈이 안남더라구요.

-워낙 호화 캐스팅인데 소감은 어땠나.

▶정: 이런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힘있는 배우들이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죠. 그런 점에서 '놈놈놈'은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송: 모이기가 쉽지 않죠. 각자 일정도 있고 작품도 좋아야 하니깐. 그런 점은 김지운 감독의 역량 같아요.

-송강호씨는 출연작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 같은지.

▶'괴물' 이후 전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애들에게 아빠가 고생한 영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뿌듯하기도 하구요. 차기작인 '박쥐'를 애들 보여줄 수는 없으니깐요.

-극 중 캐릭터 모습이 서부 영화와 닮은 점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정: 제 의상 자체가 웨스턴 스타일인데요. 웨스턴이 서양인의 전유물이잖아요. 외국 사람이 봐도 동양인이 잘 어울리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의상 컨셉트를 출연 결정하고 들었는데 거침없다고 생각했어요. 제목도 거침없으니 거침없는 영화가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송: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전형적인 서부극이지만 좀 더 모던한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아요.

-178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는데 배우로서 부담은 없는지.

▶정: 한국영화 산업이 시련을 겪으면서 투자자도 현명해졌을 거에요. 투자한 만큼 결실이 있으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래야 세계영화와 경쟁할 수도 있구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큰 상상력을 할 수 있게 되죠.

▶송: 워낙 침체기다 보니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할리우드보다 상당히 적은 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정우성씨는 촬영하다 팔이 부러진 줄도 모르고 계속 촬영했다던데 위험한 장면이 많았는지.

▶정: 이번에 탄 말이 경주마 출신이어서 속도가 엄청났어요. 그래서 말을 탈 때마다 말에게 잘할 수 있을거야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돌이켜보면 그건 나한테 했던 말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제에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는데.

▶송: 이 영화는 애초부터 경쟁부문을 지향하고 만든 게 아닙니다. '인디아나존스4'가 경쟁 부문을 겨냥하고 만든게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죠.

▶정: 갈라 스크리닝에 집행위원장이 와서 사회를 본다는데 그것만으로 상을 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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