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나이 많다고 설렁설렁은 못하는 거지"

김현록 기자  |  2008.05.27 14:24


'왕공주 치매 할머니.' 6월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흑심모녀' 속 할머니 캐릭터를 두고 김수미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올해로 연기생활 38년째. 그러나 김수미는 지치지 않는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한 그녀는 한국영화가 사랑하는 코미디의 주인공이 됐다.


김수미는 "지난 5년을 쉼없이 달려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몸빼 입고 일용엄니처럼 쉬고 싶다는 바람도 여전했다. 그러나 바람일 뿐이다.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의 촬영을 막 끝냈지만 올해 말까지 촬영 스케줄이 꼭꼭 들어찼고, 검토중인 시나리오도 여럿이다. 그녀는 쉴 수 없다. 그녀를 대체할만한 중견 여배우를 충무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여자들의 로맨스가 먼저 다가오는 영화다.


▶아직도 로맨스가 있는 영화가 좋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남자든 여자든 이성에 대한 핑크빛 생각이 그치면 다 끝난거다. 특히나 예술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젊은 '훈남'을 동경하는 치매 할머니 캐릭터가 재미있다.


▶(이)상우가 애가 참 괜찮다. 아무 생각없이 저런 애하고 하루만 운전하고 데이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젊고 싱싱한지. 내 말이 속물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생생한 화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일본 아주머니들이 배용준을 광적으로 좋아하지 않나. 그 마음이 다 이해되더라.

-실제로 좋아하는 젊은 남자배우가 있다면.

▶조인성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아들로 나왔다. 생긴 것도 물론이지만 사람이 괜찮다.


-치매 노인 역할이 사실 부담됐을텐데.

▶대소변도 못 가리고 그런 치매 노인이었다면 역할 자체가 싫었을지 모른다. 나한테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싫지 않나. 하지만 곱고 예쁜 치매라서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영화에서 처럼만 치매가 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겠다. 노인이 되면 아이가 된다더니, 정말 딱 그렇게 된 즐거운 할머니다.



-주인공만 연달아 맡는 희귀한 중견배우가 되셨다. 책임감도 남다를텐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느날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주연인 거다. 내 나이에 온전히 주연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드물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마찬가지고. 이런 행운이 어디있나. 참 감사하다. 물론 책임감도 느낀다. 내가 주연을 하면서 활동을 계속 잘 해야 그 자리를 내 후배가 다시 채울 수 있지 않겠나.

사실 늙었다고 시들었다고 일이 없어봐, 비참하지 않겠나. 젊었을 때는 공백기가 있어도 괜찮지만 나이 먹고 공백기가 오면 공황이 올 것 같다. 늙어서 나를 기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이 먹고도 이렇게 일하니 나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비결이 있다면?

▶젊은 사람과 섞어놔도 겉돌지 않고 잘 어울리는 편이다. '가문의 부활' 때도 그랬고 '안녕 프란체스카' 때도 그랬다. 젊은 배우 틈에서도 튀지 않는다는 게 나도 신기할 때가 있다. 사실 먼저 다가가고 하는 게 내 성격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이 날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먼저 다가간다. 먼저 장난하고 놀 수 있는 돗자리를 펴 준다. 그게 나이먹은 사람 노하우다.

그래서 생긴 젊은 팬들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안녕 프란체스카'를 할 때는 중학생들이 나를 보고 '수미 누나'라고 불렀을 정도다. '전원일기'만 했을 때는 애들이 날 쳐다보지도 않고 할머니들만 좋아했는데.(웃음) 이순재씨가 '야동순재'로 인기 모으는 걸 보면서 '맞아맞아' 했다.

-쉼없는 활동 중에서도 코미디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신다.

▶비극적인 역할만 하면 생활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코미디 현장은 재미있으니까 생활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도 개그 프로그램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변선생' 변기수를 특히 좋아한다. '개그콘서트'에서 '변스튜디어스'로 나올 때도 얼마나 좋아했는데, 얼마 전에 코너가 막을 내려서 참 아쉽다. 가끔 '개그콘서트' 같은 데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생각만. 내가 웃음이 많아서 한 번 웃음이 터지면 연기도 쉬었다 해야 한다.

-벌써 쉼없이 활동하신 지 5년이 넘었다고 들었다. 건강 비결이 있다면.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도 잘 가려 먹는다. 매일매일 운동하고 시간만 되면 걷는 게 습관이 됐다. 새벽에 일어나 헬스장에 다녀오고, 꼭 반신욕을 하고, 자동차에 운동화를 항상 가져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걷는다. 하루라도 운동을 건너뛰면 몸이 피곤할 정도다.

그러니까 내가 그 스케줄을 다 하지.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TV 보고 뉴스를 볼 때도 아령을 들고 운동할 정도다.

-이번 영화에서 비키니 몸매를 공개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동으로 인한 자신감도 한 몫을 했나.

▶딱히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시나리오 상에 수영복을 입는 장면이 있었는데, 기왕 입는 거라면 비키니를 입겠다고 내가 먼저 그랬다. 그래야 더 느낌이 올 테니까. 작품을 위해서라면 노출도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다. 전라라도 작품을 위해서 하라면 하겠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보면 벌거벗은 유태인들이 학대당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나. 상황이 그래야 한다면 배우도 당연히 맞춰야 한다.

작품에서 100%를 원하면나는 150%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게 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나이 많다고 설렁설렁 할 수는 없다.

-지금 갖고 있는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글을 더 쓰고 싶다.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싶다. 지금도 짬짬이 쓰고 있는데 다 만들기 전에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캐스팅, 물론 안됐다.

-함께 활동하는 동년배 배우로 나문희, 김혜자씨가 생각난다.

▶우리 셋은 장르가 다르지 않나. 혜자 언니가 내가 하는 코미디는 못할 것이고, 내가 혜자언니처럼 까만 눈동자를 갖고 절규하는 어머니 연기는 못 할 것이다. 또 문희 언니처럼 푸근하고 후덕한 어머니를 누가 하겠나. 우리 세 사람은 흰색 까만색 빨간색처럼 전혀 다르다. 그래서 세 사람이 같이 영화에 출연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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