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밤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가왕' 조용필의 데뷔 40주년 콘서트. 지난 1968년 데뷔해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조용필의 40주년 기념 전국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이날 공연은 매진 사례를 이루며 무려 5만여 관객을 열광케했다.
조용필은 이 여세를 몰아 오는 12월 13일까지 대전, 대구, 창원, 울산, 여수, 광주, 포항, 안산, 천안, 전주 ,의정부, 인천, 청주, 수원,구미 일산, 안동, 부산 등을 차례로 돌며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4월부터 데뷔 50주년 전국 투어를 갖고 있는 패티김도 '만석 행진'을 지속하며 그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패티김 측은 "패티김 50주년 콘서트는 전국적인 붐업 조성과 지방 공연 문의가 쇄도, 당초 계획했던 25개 지역 50회 공연 목표에서 30개 지역 이상 총 60회 이상의 공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재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진행 중인 인순이, 매년 전국 투어를 하고 있는 22년 가수 경력의 이승철 등도 자신들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90년대 최고 인기 가수 서태지 역시 4년 만의 컴백을 오는 8월 15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열릴 록 페스티벌 제4회 'ETFPEST' 공연을 통해 알릴 예정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인기 가수들을 공연장에서 자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현재 전국 투어를 돌고 있는 젊은 인기 가수(팀)는 지난해 '거짓말' 돌풍을 일으킨 5인조 아이돌그룹 빅뱅이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럼 젊은 인기 가수들, 즉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차트 1위 및 온라인 음원 차트 정상을 달리고 있는 가수들은 과연 어디서 자수 볼 수 있을까?
그 정답은 바로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방송 차트 및 음원 차트를 휩쓴 가수들 중 상당수가 현재 지상파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가요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20여년 경력 이상의 베테랑 가수들은 주로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젊은 인기 가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비치는 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데 대해 "팬들의 음악 소비 방식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가요 관계자는 "조용필, 패티김 등 오랜 경력을 지닌 가수들의 경우, 팬들 역시 해당 스타와 오랜 인연을 쌓아온 사람들이 많다"라며 "이 팬들은 과거 해당 스타의 음반을 직접 사고 이를 통해 그 가수의 음악을 들어왔기에, 공연 현장에서 좋아하는 스타를 실제로 보고 노래도 직접 듣는 것을 큰 행복과 영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이 팬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경제력까지 갖추게 돼 최근 베테랑 가수들의 콘서트를 자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요즘의 많은 가요팬들의 경우 음악 소비 방식이 온라인 음원 시장 중심으로 이동했고, 이에 따라 가수들의 히트곡이 결정되는 순간 및 히트곡 유지 기간도 과거에 비해 무척 짧아졌다"며 "이에 따라 해당 가수의 인지도 및 현재의 인기 역시 히트곡 양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는데, 이러한 상황이 되면서 인지도 향상에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연 보다는 순식간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최근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평론가인 강태규씨는 "가요계의 중심이 뮤지션에서 기획사로 이동했기때문에 요즘 젊은 가수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씨는 "과거에는 뮤지션이 가요계의 중심이었기에, 그 시절 가수들은 베테랑이 된 요즘도 여전히 라이브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며 당연시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요즘 들어 가요계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획사가 '맞춤 가수'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여기에는 가요 소비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데, 기획사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면서 수입원 확보 등을 위해 태생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형 가수 양산에 힘을 쏟고 있다"며 최근 젊은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강씨는 "최근의 현상이 더욱 지속, 강화될 경우 가요계는 향후 제대로 된 뮤지션이 탄생을 쉽게 못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방송사도 가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가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충분히 선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