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아픔을 노래하는 '춤추는 디바'①

김지연 기자  |  2008.06.05 11:47
거미 ⓒ임성균 기자 tjdrbs23@ 거미 ⓒ임성균 기자 tjdrbs23@


"최고가 될 사람한테는 최고가 되게 하려고 시련이 많이 찾아온대요."

거미를 향해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왜 내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걸까'라며 눈물을 쏟고 있는 거미를 향한 따뜻한 위로의 말이다.


사실 거미는 가수 데뷔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1집 때는 성대결절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음반 발매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넘어가는 일조차 틀어지기 일쑤였다.

이번만큼은 잘 넘어가겠지 싶었는데, 4집 타이틀곡 '미안해요'가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또 다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쯤이면 거미도 조금씩 기운이 빠진다.


4일 늦은 밤 후두염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거미를 만났다. 무대 위에서 만큼은 '당당한 디바'지만, 알고보면 여리디 여린 소녀 거미는 시종일관 솔직한 얘기를 쏟아냈다.

거미 ⓒ임성균 기자 tjdrbs23@ 거미 ⓒ임성균 기자 tjdrbs23@


그녀, 광활한 아프리카의 하늘을 가슴에 담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요? 가수를 준비하면서부터 인생이 참 순탄치 않았어요."

거미가 건넨 첫 말 속에서 알수 없는 아픔들이 묻어났다. 너무도 쉽게 목적지에 다다르는 사람도 있는데, 세상이 가끔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미도 예외는 아니다.

"1집을 낸 해 연말 시상식이었어요. 소속사 식구들 모두가 그 시상식에 가 있는데, 저만 성대결절로 인해 집에 있었어요. 어찌나 눈물이 나든지…."


그뿐인가. 데뷔 전 그녀는 한 가요제작자로부터 '여자 보컬 얼굴이 저래서 어쩌냐'는 가슴에 상처가 되는 말도 들었다. 시련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거미는 묵묵히 '내 길'을 걸었다. 드디어 대중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거미는 '노래 잘하는' '음악성 있는' 수식어가 따라가니는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가수가 됐다.

이 정도면 자신을 아프게 했던 세상을 향해 '복수의 하이킥'을 날려볼 법도 하다. 그런데 거미의 대답은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왜 안 그렇겠어요. 저도 사람인데, 확 터져 버린 활화산처럼 뜨겁게 타올라 원없이 앙갚음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런데.. 분노보다는 사랑이 더 큰 복수인 것 같아요.(웃음)"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아니 성숙, 그 이상이었다. 분노보다 사랑의 힘이 더 위대할 수 있음을 거미는 체감하고 있었다.

수많은 시련과 아픔의 강을 건너 거미는 어느덧 광활하고 드넓은 아프리카의 하늘을 가슴에 담은 어른으로 성장했다.

거미 ⓒ임성균 기자 tjdrbs23@ 거미 ⓒ임성균 기자 tjdrbs23@


어디가 끝인가, 뜨겁게 타올라보자!

'미안해요'로 돌아온 거미의 모습은 가히 파격이었다. '춤추는 디바' 거미는 많은 팬들의 예상을 단박에 깼다.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그야말로 거미의 재발견이다. 이제 그녀에게 불가능은 없다.

물론 거미도 '미안해요' 첫 방송을 앞두고 엄청 눈물을 쏟았다고 고백했다.

"평소 춤을 추던 사람도 아닌데 몇주 연습한다고 그게 잘 되겠어요? 당연히 어색하죠. 첫 방송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서 잠을 자야하는데 무섭고 외로워져서 무척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랬던 그녀가 이제 달라졌다.

""이젠 비욘세처럼 춤도 잘 추고 싶어요. 하하하. 즐기면서 하는 게 보이잖아요. 이제 거미도 목소리 뿐 아니라 온몸을 다해 노래부르는 디바가 될게요."

각오가 대단하다. 솔직히 춤을 잘추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 아닌가. 거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더욱이 조금씩 변신하는 모습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문득 목격할 때면, 거미는 순간의 고통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그 정도 쯤이야, 지나고 난 뒤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목표요? 많은 분들이 그 질문을 하시는데,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저라는 사람한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어요.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하시니까, 지금처럼 오버하지 않고 쭉~ 가야죠.(웃음)"

거미에게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세상이 시비를 걸때마다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딴지'를 걸겠다고? 그래 해 볼테면 해봐라."

거미가 붉게 타올랐다. 열정으로 타오른 그녀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건강을 회복하고 후속곡 '거울을 보다가'로 활동에 나선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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