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광우병 때문에 심의 안날줄 알았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06.05 10:51


강우석 감독은 자타가 인정하는 '승부사'이다. 스스로는 "언론이 만든 표현"이라고 껄껄 웃지만 위험한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졌고, 그 때마다 기사회상했다. '투캅스'가 그랬고, '실미도'가 그랬다.


지금 강우석 감독은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7년전 만들어졌던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을 부활시켜 '강철중:공공의 적 1-1'을 들고 관객과 만난다. '한반도'의 쓰라린 기억을 뒤로 하고 "내 웃음 코드가 관객과 맞지 않는다면 물러나겠다"고 자뭇 비장한 각오를 내세웠다.

하지만 19일 개봉을 앞둔 강 감독은 비장함보다는 기대가 넘쳤다. 개봉을 앞두면 늘 자신감이 넘치는 그지만 "VIP 시사회 때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기뻐했다. 한국영화산업이 침체돼 '강철중'이 마치 구원투수 같은 형국이 됐지만 강 감독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4일 서울 충무로 K&J 사무실에서 강우석 감독과 만났다.

-'강철중'을 보니 1편은 드라마지만 3편은 코미디라는 감독 스스로의 소개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


▶1편과 차별이 없으면 만드나 마나가 아니었겠나. 1편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1편에 없는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에 최근 너무 유머를 잃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아저씨도 요즘은 재미있는 영화 안만드시네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강철중'은 시작부터 코미디로 간다고 마음 먹었다.

-확실히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지만 드라마는 좀 약하다는 평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웃음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1편에 등장한 이성재는 너무 나쁜 놈이었다. 돈을 위해 부모님을 죽인 놈이니깐. 너무 나쁜 놈이다보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드라마가 지루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나쁜 놈인데 대신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강철중'에서 정재영은 얘들한테 칼 쥐어주는 나쁜 놈이지만 집에서는 공처가고, 아이에게는 착한 아빠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1,2편이 개인의 적이었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공공의 적이다.

-청소년을 조직 폭력으로 이끄는 기업형 깡패라는 소재를 어디서 얻었나.

▶임성훈씨가 진행했던 '세븐데이즈'를 보고 소재를 얻었다. 조폭이 기업화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

-아이들이 조폭이 경찰보다 더 멋있다고 하자, 강철중이 조폭영화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거냐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나리오를 쓴 장진 감독의 전작이 조폭이 등장하는 '거룩한 계보'인 것과 관계가 있나.

▶그건 아니고 일종의 패러디다. 우리나라 조폭영화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무의식 중에 조폭이 미화된 게 있다. 그래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이제 조폭 영화는 안하겠다는 뜻인가.

▶음...조폭이 미화될 필요가 있으면 할 수 있을래나.(웃음)

-'투캅스'도 그랬고, '공공의 적'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글쎄, 그러면 변호사들은 나를 잡아 죽이려 하지 않겠나. 변호사가 조폭의 '똘마니' 노릇을 하는 게 담겼는데. 영화할 때 특정 집단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미도' 때도 북파공작원들이 찾아오고 그랬다. 상상력을 양보하면 끝이다.

-극중 강철중의 대사에 '광우병'에 대한 언급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마치 요즘 촛불시위를 예견한 듯했는데. 혹자는 후시녹음으로 넣은 게 아니냐고도 하더라.

▶시민들이 촛불 들고 나올 때는 큰일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그 대사 때문에 심의가 안나올 줄 알았다.

그 장면을 4개월 전에 찍었는데 그 때는 미국 쇠고기 수입이 결정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조폭이 도축업을 하니 수입산을 속여 팔지 말라는 의미에서 넣은 대사였는데 시국이 이렇게 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기에 15세 관람가가 나온 게 아니겠나.

-코미디에 사회성이 많이 담겨있던데.

▶코미디는 사회성이 없으면 못한다. 웃음은 풍자에서 오는게 아니냐. 액션도 드라마가 있어야 하고, 웃음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액션에도 웃음을 담으려 했다.

-'공공의 적'에 나왔던 이문식과 유해진도 등장하고, 1편의 음악도 그대로 사용된다. 마지막 설경구와 정재영의 대결은 명백히 1편의 패러디도 담겨있던데.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둔 것인가.

▶당연하다. '공공의 적'을 기억하는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면 더 즐겁지 않겠나.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이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됐으면 좋겠다. '강철중' 터지면 바로 4편 작업 들어간다.



-'강철중'이 흥행되면 곧바로 시네마서비스 재건 사업에 들어간다고 공언했다. KT 등 이통사와 만났다는 소문도 있고, 그러다보니 영화계 재편 시나리오도 흘러나오던데.

▶KT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연락이 온 것은 맞다. 하지만 시네마서비스는 CJ엔터테인먼트와 특수 관계 아니냐, 말을 갈아타는 일은 없다. 그들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한 것 뿐이다. 돈은 있으나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 같다.

-청어람에서 '괴물2'를 공동 작업하자는 제의도 있었다던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좋은 작품을 함께 하자는 부탁을 받으면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김씨표류기'에 투자한 것도 같은 이유다.

-'투캅스'나 '실미도'도 다 위기 상황에서 승부를 걸었다. 이번에도 개봉을 한주 앞두고 만만찮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데.

▶'실미도'는 '반지의 제왕3'와 붙었다. 이런 생각은 든다. 만일 '강철중'이 흥행이 터진다면 한국영화를 살리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난 돈에 한이 맺힌 것도 아니다. 영화로 번 돈을 쥐고 있었으면 상당했을 것이다.

'강철중'이 잘되면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봤으면 한다. 어떻게 한국영화를 살리려 하는지.

'강철중'이 터지면 '놈놈놈' '님은 먼 곳에' '눈에는 눈,이에는 이'도 다 잘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이 한국영화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가 재미를 느끼면 더 찾지 않겠나.

-'강철중'에 영화적인 새로운 시도는 없나.

▶없다. 무조건 유머다. 난 코미디 감독이라기보다는 코미디를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 다음이 액션이고. 모든 장르에 웃음이 담겨있는, 유머에 대한 집착이 있다. 에로영화도 섹스코미디를 더 선호한다. 5분안에 감동을 주기는 힘들지만 5분안에 웃음을 줄 수는 있다.

-1편과 계속 비교가 될텐데.

▶제일 우려한 것이 1편보다 못하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시사회 반응들 중에 그런 소리는 없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관객이 제일 무섭다. 실망시키지 안되고 항상 기대를 배반해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니깐.

-스티븐 스필버그는 64살에 '인디아나 존스4'를 만들었다. 강우석 감독은 언제까지 메가폰을 잡을 것 같나.

▶내 유머가 관객에게 먹힐 때까지. 예술영화를 찍어볼까 생각하면 그 때가 내가 은퇴하는 순간일 것이다. 조용필씨가 이런 소리를 했다. 내 목소리가 안나오면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은퇴하는 순간까지 꼭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치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재미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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