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사람이든 소든 위험부위가 문제다"

전형화 기자  |  2008.06.09 11:00
↑설경구 ⓒ홍봉진 기자 ↑설경구 ⓒ홍봉진 기자


설경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중 한명이다. 그가 작품마다 몸무게를 몇kg 늘렸느니 줄였느니가 화제가 되는 건 그만큼 변신을 쉽게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경구가 카멜레온처럼 완전히 변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설경구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그 속에서 ‘박하사탕’을 찾아내고, ‘강철중’을 읽어낸다. 어쩌면 배우에게 대중이 늘 기억하는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넘어서야 할 벽인지도 모른다.

그런 설경구가 7년 만에 형사 강철중을 다시 맡았다. 검사로 잠시 외도를 했지만 본래 ‘공공의 적’의 강철중은 꼴통 중에 상꼴통이었던 법. 설경구는 능숙하게 강철중을 소화한 듯 보였다.


그래도 어디 7년 전 자신을 다시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잘해야 본전, 못하면 난감일 상황이니깐. 설경구를 만났다.

-왜 지금 ‘공공의 적’이 다시 관객에게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몰라요. 검사 강철중을 찍고 강우석 감독님이 검사나 경찰이 아닌 또 다른 강철중을 준비했었다. 그래서 ‘하시려면 형사 강철중을 하세요’ 라고 했다. 꼴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말이 쉽지 예전 모습을 다시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잘해야 본전이었다. 내가 나를 생각해야 했으니깐. 주위에서는 살이 덜찐 것 같아, 웃는 게 강철중 같지 않은데, 뭐 계속 그랬다. 아니 내가 연기했는데 강철중 같은 게 뭐냐고... 내가 했지만 나를 모방해야 하니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1편을 다시 보고 공부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고. 주위에서는 내가 편하게 한 줄 아는데 그렇게 보였다면 내가 연기가 는 거다.(웃음)

-강우석 감독은 ‘초심’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음, 카메라 앞에서 긴장되긴 하더라. 그 때처럼. 1편은 경찰의 탈을 쓴 악이었다면 이번에는 강철중이 좀 더 현실적인 된 것 같다. 논리도 생기고. 대출도 받으러 다니고. 솔직히 말하면 강철중이 현실적이 된 게 나도 좀 섭섭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강철중이 007처럼 시리즈가 되려면 그 캐릭터는 바닥에 깔리고 공공의 적만 바뀌어야 한다. 이번 작품은 그걸 명확히 한 것 같다.

-등장 분량이랄까, 1편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데.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변한 것 변한 것 같다. 뭐 할 수 없지, 내가 쓰는 사람도 아니고. 이번에는 강철중이 악이 없어졌기에 경찰들이 좋아할 것 같다.

-강철중으로 각인되는 게 두렵지는 않나.

▶각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솔직히 있다. 일단 형사물은 제의가 들어와도 손이 잘 안간다. 하지만 다른 영화에 이전 영화 캐릭터가 들어있다면 싫지만 ‘강철중’은 같은 영화니깐.

-검사 강철중 1-1은 안하나.

▶솔직히 검사는 하기 싫었다. 국민 교육헌장처럼 이야기하는 게 잘난 척 하는 것 같았다. 형사는 그냥 다 욕하고 때리고 스트레스를 발산하는데 검사는 그렇지 못했다.

↑설경구 ⓒ홍봉진 기자 ↑설경구 ⓒ홍봉진 기자


-이번 영화에 설경구 특유의 욕맛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던데.

▶좀 그렇다. 강철중 하면 설경구식 욕맛이 있는 건데.(웃음) 강철중의 극악스러움을 15세로 맞추려 보니깐 좀 줄이지 않았나 싶더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리허설에 욕을 넣으면 감독님이 ‘야, 욕 빼고’ 라고 바로 그랬다.

-광우병 대사에 사람들이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

▶글쎄 말이다. 대본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시킨 건데 그 때는 아직 정권이 바뀌지도 않았을 때였다. 나도 영화를 볼 때까지 내가 광우병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을 못했다.

-이번에도 살찌웠다 뺐다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내가 운동을 하면 얼굴살부터 빠진다. 내장에 있는 위험 부위가 잘 빠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람이나 소나 위험부위가 문제다.

-강우석 감독과 ‘공공의 적’과 설경구라는 조합은 일종의 브랜드라서 기대감이 크다. 그래서 비판도 두드러지는데.

▶영화는 기자의 것이 아니고 관객의 것이다. 뭐, 그래서 기자 시사회에서는 영화를 안본다.(웃음) 대신 기자 시사 반응은 ‘쁘락치’가 알려준다.(웃음) 브랜드의 결합이나 영향이라, 글쎄 내가 브랜드라 뭘봐도 똑같으면 뭐하러 나를 보러 오겠나.

-배우로서 ‘강철중’으로 바라는 게 없다는 뜻인가.

▶마음을 비웠다. 이 영화로 상을 받겠나. 주연상 후보에 올라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 번이나 한건데.

-설경구의 변신에 대해 관객은 늘 기대를 가지고 있다. 마치 서태지가 매번 새로운 음악을 들고 찾아오는 것처럼.

▶예이, 노력은 하지 거지 뭐. 아직도 사람들은 내가 소리지르면 ‘박하사탕’에서 ‘나 돌아갈래’를 떠올린다. 그래서 예전에는 그게 엄청 스트레스였다. 내가 생긴 게 평범하지 않냐. 그래서 전 모습을 잘 기억 못하는 것일 뿐이다.

영화 처음했을 무렵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나를 4번 봐도 다 못알아봤다. ‘박하사탕’으로 스페인에서 열린 영화제에 갔는데 외국 기자가 그 영화를 보고 ‘내 팬이 됐다’고 이창동 감독님에게 그랬다더라. 그런데 나랑 그 기자랑 만났는데 ‘박하사탕’에서 무슨 역을 맡았냐고 하더라.

그냥 감독님이 “좋은 거다. 경구야”라고 한 말씀을 새기고 산다.

-설경구는 변신을 잘하는 배우가 아니란 말인가.

▶변신보다 분노를 잘 하는 배우인 것 같다. 울고 소리지르고.

-‘강철중’ 시리즈 다음 편에도 출연할 수 있나.

▶솔직하게 말하면 잘 모르겠다. 배역과 같이 늙어간다는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고. 하지만 이미 이 캐릭터는 다 한 것이고. 또 나이 먹어서 욕하는 게 추해보이기도 하고. 강철중이라는 게 어찌보면 혈기인데...

-‘그 놈 목소리’부터 아버지를 맡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아버지고, 차기작에서도 아버지를 맡았는데.

▶그런 나이가 됐으니깐. 실제로도 아버지고. 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부담은 없다. 일비일희하지 않고, 단순하고 어리게 살고 싶다. 연기는 복잡하게 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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