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드라마, '촛불집회'를 말하다

김현록 기자  |  2008.06.16 10:12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서 비롯된 '촛불집회'는 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다. 발빠르게 이슈를 전하는 TV 역시 마찬가지다. 시사 교양프로그램이나 뉴스에 촛불집회 소식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선희 사건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촛불집회'는 금기 아닌 금기가 됐다. 정선희가 지난달 MBC FM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입니다'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청취자의 사연을 읽으며 한 말이 발단. 당시 정선희는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해도, 이런 사소한 거, 환경오염 시키고 맨홀 뚜껑 퍼가고 이게 사실 굉장히 큰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되는 범죄"라며 "큰 일 있으면 흥분하고 같이 막 하는 분들 중에 이런 분이 없으리라고 누가 압니까"라고 했다가 거센 비난에 부딛혔다. 결국 정선희는 3개 프로그램에서 자진 사퇴했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큰일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촛불집회에 대해선 입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됐다. 출연자들의 관심과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리얼버라이어티도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 지난 14일 방송된 '명랑히어로'-'촛불집회를 말하다'편은 촛불집회를 정면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 세상사에 관심은 많으나 별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이 벌이는 '태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답게 가감 없는 표현이 속속 등장했다.




그 선두에 선 것은 독설가로 이름난 김구라. 김구라는 "김구라는 "100일 잔치를 하려고 그랬더니 애가 100일밖에 안됐는데 무슨 고혈압에 당뇨에…"라며 "100일 정도면 수두나 장염 정도여야 되는데 총체적 난국인 것"이라고 현 정부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대운하 같은 것도 50%∼70% 까지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자꾸 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바꿔서 4대강 어쩌고 한다"며 "국민들이 싫어하는 건 두가지에요. 쇠고기 협상 다시해라. 대운하 하지 마라"라고 지적했다. "주식 넣어둔 것도 있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잘됐으면 한다"는 너스레도 빼놓지 않았다.

이하늘은 아예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촛불집회를 통해 시위문화는 성숙해 가는데 정부의 진압방식은 구시대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웃고 즐기는 오락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프로그램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출연한 이경규는 그 반대 입장에 서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열띤 의견이 오간 방송분처럼 현재 '명랑히어로'의 게시판은 출연진이나 이들이 한 이야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드라마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기자들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촛불집회에 직접 카메라를 들이댔다. 지난 12일 방송 말미에서 주인공 서우진 기자(손예진 분)과 이순철 기자(진구 분)이 정치부를 도와 촛불집회 현장에 투입되는 대목에서다. 촛불집회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지난 10일의 광경이 중계차 화면을 통해 화면 가득 보여졌다.

같은 날 방송된 SBS '일지매'는 촛불집회의 과잉 진압을 빗댄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용이가 친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임금을 만나겠다며 지붕 위에 올라가 꽹과리를 치는 것을 끌어내려고 군사들이 동원된 장면이 시위대를 끌어내려는 전경의 모습과 흡사했다는 평가다. KBS 2TV '돌아온 뚝배기'에선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설렁탕이 잘 안 팔린다는 대사가 등장했다. 17일 첫방송하는 SBS '식객' 역시 쇠고기 수입 개방 논란 물결을 타고 초반 한우 관련 에피소드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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