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왕관, 총알 막는 팔찌, 나쁜 사람들과 싸우면 팍팍~ 무조건 이기는 파워, 게다가 출중한 미모까지... 아주 어린 시절 원더우먼처럼 되고 싶었다. ‘♬ 하늘에서 내려왔다. 원더우먼~ 땅에서 내려왔나. 원더우먼~’하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면서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물론 어렸으니까...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원더우먼 주제곡 대신 ‘♬텔 미 텔 미~’를 열창하다가 최근엔 ‘♬소 핫’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원더걸스’가 나의 ‘원더우먼’만큼이나 동경의 대상인가보다.
선예, 선미, 소희, 예은, 유빈이 함께 하는 있는 원더걸스. 예쁘고 귀엽고, 요즘은 많이 섹시하고... 다들 사랑스럽지만 다섯 명 얘기를 다 할 수 없으니, 오늘은 예은이 얘기를 해볼까한다.
여러분은 예은을 보면 어떠신가? 첫눈에 바로 정말 똘망똘망한 눈을 가졌다, 야무지다란 느낌을 받으셨을 것이다. 예은이 언니인 고은이와 남동생 요셉에게서 들은 바로는 어릴 때부터도 그랬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란 속담이 정말 맞긴 맞나보다란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동생 요셉이가 울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놀란 예은이가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에서 소위 논다는 불량 형들에게 맞았다는 거였다. 보통 이런 얘기를 들으면 화는 나지만, 대부분 그냥 포기하지 않을까? 왜? 그냥 옆집 친구가 아니라 무서운(?) 형들이 단체로 건드렸다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예은이, 그냥 있을 수 없었단다. 친구의 사돈의 팔촌까지 문어발처럼 쫙쫙쫙 풀어서(?) 불량 형들을 단체로 혼내줬단다. 그 때부터도 국민 여동생의 위력(?)이 있었던 게 아닐까? 여하튼!! 이렇게 싸움(?)을 했다고 싸움만 했냐, 하면 아니다. 반에서 주로 1등할 정도로 공부도 잘 했단다. 그래서 가족들은 가수가 될 거란 건 상상도 못했다고. 평소 노래, 춤을 좋아하긴 했어도 집안이 엄격해서 노래방 출입도 못 가게 할 정도였다니 더더욱 그랬단다.
이랬던 그녀가 원더걸스 멤버가 된 사정은 어느 날 매니지먼트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가수를 하겠다며 집에 당돌한 통보(?)를 했단다. 아직 10대인 예은이의 이른(?) 결정에 가족들은 놀랐다. 하지만, 흔쾌히 허락받을 수 있었던 건 평소 똘똘한 아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잘 결정하는 아이라는 그녀에 대한 믿음 때문었다고 한다. 그 때 허락받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못했더라면 언제나 환하게 웃고, 씩씩하게 말하고, 당차보이는 그녀를 볼 수 없었을 테니까.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텔 미’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텔 미’에서 이제는 살랑살랑 봄 바람에 나부끼듯 간질간질한 그녀들의 ‘소 핫’을 들으면서 예은이 부모님은 참 좋으시겠다, 생각해본다. 왜? 야무진 딸의 결정이 야무지게 딱 들어맞았으니까 말이다.
<이수연 SBS 예능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