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 대필의혹? "글 디자이너 도움받았을뿐"

조철희 기자  |  2008.06.17 16:55
↑\'박경림의 사람\'(박경림 지음, 리더스북 2008) ↑'박경림의 사람'(박경림 지음, 리더스북 2008)


박경림이 최근 자신의 인간관계 이야기를 써낸 에세이집 '박경림의 사람'과 관련해 직접 집필 여부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경림은 지난 2004년 공동저자 형태로 '박경림 영어 성공기'(디자인하우스)를 쓴 적이 있다. 반면 이번에는 1년 가까이 스스로 기획과 집필을 거쳐 '지은이'로 이름을 올리며 순수 에세이집을 펴냈다.


그러나 저자 소개를 담고 있는 책표지 안쪽에는 'Writing(집필) by 박경림'이라는 소개글과 함께 'Writing Design(글 디자인) by 박경민'이라는 대목이 덧붙어 있다.

여기에는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내용을 집필하는 작가인 '테크니컬라이터' 박경민씨의 소개가 나와 있다. '글 디자인'을 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박씨가 이 책이나 박경림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책 출간 뒤 박경림이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글 디자인을 해주신 박경민씨 덕분에 좋은 글로 다듬어졌고 비교적 쉽게 책을 썼다"고 말한 것이 박씨에 대한 공식적 언급의 전부다. 인터넷에서는 서평전문 블로거 '혜민아빠'와의 인터뷰도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박경림의 사람'은 대필작가 '박경민'씨 덕분에 좋은 글로 다듬어졌다고 전했다"는 간접인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박경림이 직접 책을 썼다는 소식은 크게 전해지고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작업해 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또 '글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모호할 뿐더러 박씨의 역할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아 한편에서는 "혹시 대필에 의해 쓰인 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책을 출판한 웅진씽크빅 리더스북 관계자는 "상당한 양의 1차 원고를 박경림씨가 직접 썼다"며 "거친 원고들이어서 박경림씨와 박경민씨가 여러차례 직접 만나 2차 작업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경림씨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취했다"며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고 그녀의 이야기에 옷을 입힌다는 취지를 투명하게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경림이 그동안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지인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왔던 터라 "기존 방송 내용을 짜깁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더스북 관계자는 "책 전반부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주로 나온다"며 "비록 후반부에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인맥과 관련해 필요한 이야기이므로 '재탕삼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연예인이 직접 쓴 투박한 원고를 전문가 도움을 얻어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만들어 전하는 것은 크게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이 투명성에 상당히 민감한 만큼 사전에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사전에 오해를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BS 아나운서 출신 MC인 정지영은 지난 2006년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 2005)의 대리번역 논란으로 당시 진행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의혹이 불거진 후에야 정지영은 제2의 번역자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출판사의 첨삭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미술전문MC 한젬마씨도 같은 해 일부 저서들에 대한 대필 논란에 휩싸였다. 한씨는 초고만 쓰고 이를 다른 작가가 따로 써 책을 만든다는 의혹이었다.

뒤늦게 한씨와 출판사 측은 "한씨가 직접 쓴 내용을 구성작가가 다듬는 것일 뿐 대필은 아니다"며 "이는 보조작가와 협업 체제로 이루어진 기획출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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