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빅5 따라잡기]②'크로싱', 불편한 진실과 상업영화의 만남

전형화 기자  |  2008.06.18 11:47


올 여름 극장가에는 기대를 모으는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특히 6월과 7월에는 규모와 캐스팅, 소재에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즐비하다. 스타뉴스는 '강철중:공공의 적1-1'를 비롯해 '크로싱'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까지 한국영화 다섯 편을 총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탈북', 불편한 진실을 상업영화로 말하다

26일 개봉하는 '크로싱'은 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장편 상업영화이다. 보다 많은 관객을 극장에 불러모으기 위해 기획된 영화이다.


단 '크로싱'은 탈북이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룬 유별남이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탈북과 탈북자에 대한 뉴스는 어느샌가 불편한 진실이 됐다. 방송뉴스에서 탈북자 '꼭지'가 방영되면 분당 시청률이 뚝 떨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탈북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 '국경의 남쪽'이 완성도에 비해 관객에 외면받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크로싱'은 그런 상황에서도 탈북이라는 소재를 뚝심있게 다뤘다. '크로싱'은 자칫 정치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북한과 탈북자들의 상황을 세밀하게 그렸다. 김태균 감독은 "더 사실적으로 그렸다면 너무 참혹할 것"이라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크로싱'이 각 정부기관에서 시사회 요청이 쇄도했지만 국회에서 했을 뿐 10만 관객 시사회를 실시한 것은 이 영화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상업영화로 만들어진 만큼 '크로싱'은 관객을 울릴 신파 코드가 가득하다. 음악과 결합된 영상들은 자연스레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2006년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환경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이 됐기에 '불편한 진실'은 더이상 받아들이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크로싱'이 전하는 불편한 진실이 여전히 남의 일인지, 아니면 자신의 것이 될지, 영화를 본 한 탈북자는 촛불시위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 탈북자에 돌려진다면 세상은 더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오딧세이', 가족 관객을 불러모을까

'크로싱'은 탈북자를 그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오딧세이'를 바탕으로 했다. 임신한 아내의 약을 구하려 국경을 넘은 용수는 의도하지 않게 한국으로 오게 된다. 아버지를 기다리다 어머니를 먼저 보낸 아들 준이는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중국으로 향한다.

아버지는 가족 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여의치 않고,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거리를 떠돌다 탈북자 수용소에 끌려간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려 다시 몽골까지 긴 거리를 다시 떠난다.

이 과정은 외눈박이 거인을 만나고 요정의 섬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끊임없이 고향과 가족을 찾아 떠나는 '오딧세이'처럼 험난하고 고단하다.

'크로싱'은 이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가족 관객을 울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자식을, 혹은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고 또 자식은 아버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크로싱'은 가족영화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크로싱'은 12세 관람가로 자식의 교육을 위해 극장 문을 두드리려 하는 성인 관객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크로싱'이 국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부자간에 이뤄지는 패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본 뒤 이야기할 수 있다.

#'선한 남자' 차인표의 연기변신

차인표는 15년 동안 안방극장에 군림한 스타지만 영화계에서는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다. 작품의 완성도도 한 몫을 하지만 배우로서 차인표가 대중에게 극장에 올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도 있다.

몇해 전 인터넷을 뜨겁게 수놓았던 차인표의 '분노 3종 세트'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배우로서 차인표에 약점이기도 하다.

입양과 각종 봉사활동으로 '선한 남자'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것도 차인표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기도 한다.

그런 차인표이지만 그는 '크로싱'에서 제 몫을 다했다.

김태균 감독이 차인표가 이 역을 맡아야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낄 것이라고 한 것이 배우로서 차인표에게는 못마땅할 수 있다. 하지만 '크로싱'은 배우 차인표와 인간 차인표를 겹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인표와 관객 모두에게 행복한 영화이다.

차인표는 '크로싱'에서 함경남도 사투리를 거의 정확하게 구사한다. 사투리 연기는 자칫 진정성을 해치기 쉬울 만큼 어려운 연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인표는 감정을 담아 조금도 어색하지 않도록 극 중 인물 용수를 표현했다.

차인표 스스로도 "그동안은 작품에서 내가 어떻게 보여질지 고민했는데, '크로싱'은 어떻게 하면 이 영화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말로 달라진 자신을 고백했다.

차인표가 '크로싱'으로 그동안 푸대접 받았던 영화계에 새롭게 받아들여질지도 관심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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