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이 변했다. 지난해 영화 '사랑'에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았던 청순가련의 여인이었던 그녀가 180도 다른 모습으로 안방 극장을 찾아왔다.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한 MBC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극본 정하연·연출 김진민)에서 박시연이 맡은 인물은 욕망의 화신처럼 느껴지는 주얼리 디자이너 다애다.
사랑하는 남자 준수(이동욱 분)을 두고 물질적인 만족을 안겨주는 유부남 동원(정보석 분)을 만나는 다애는 박시연의 상식과 이성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 그러나 박시연은 드라마의 감정으로 그녀의 삶을 이해하려 한다. 그녀는 "누구나 불꽃같은 사랑을 꿈꾼다"는 말로 넌지시 다애를 대변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다해의 통통 튀는 캐릭터만 3부까지 봤을 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보라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철없는 역할이지만 나름 그 여자의 감정이나 세계에선 그런 게 아니다. 보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나중에 힘들어지고 감정이 복잡해지면 베끼고 싶어질까봐 신경이 쓰인다.
-다애에게 공감하나?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기는 하다. 읽으면서 가엽고 불쌍하다. 나라면 정말 힘들겠다. 그런 면으로는 공감하기는 한다. 하지만 평소 생각으로는 말도 안되는 역할이다.
-실제 박시연과는 너무 다를 것 같다.
▶실제 저와는 아주 먼 캐릭터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다. 사람들을 만나 리드하거나 '이게 좋아요', '저게 좋아요' 적극적으로 말하지를 못한다. 다애같은 성격이 부러울 때도 있었는데,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때는 연기력 논란도 있었는데 지금은 칭찬이 많다.
▶쉴 때는 개인 교습도 받고, 영화같은 걸 많이 보려고 한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별히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마이걸' 이후 3년이 지났으니 조금은 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이 하는 분들의 도움이 컸다.
-다애는 불꽃같은 캐릭터다. 실제 본인은? 불꽃같은 삶을 꿈꾸나 아니면 냉면 가닥처럼 질기고 긴 삶을 꿈꾸나?
▶누가 냉면같은 삶을 꿈꾸겠나. 누구나 마음 속에는 어떤 면이든 일이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불꽃같은 걸 꿈꾼다. 심지어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라도 불꽃같은 면이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욕심나는 일이 있고, 너무나 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고 귀찮아지기까지 한다면 마음 한편에는 냉면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다애 캐릭터에 불만이 있다면?
▶진짜 사랑하는 준수를 찾기 위해 동원 아저씨를 이용하는 것 같다. 결국엔 준수에게 또 매달리고 매달린다. 불꽃처럼 사랑하니까 그렇겠지만 뭘 이렇게까지 매달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뒤로 갈수록 감정선이 복잡해지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큰 산을 하나하나 넘어가는 기분이다.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주인공 4명 가운데 가장 공감이 되는 캐릭터가 있다면?
▶지금은 다 공감이 되는데 공감이 가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하면서 보는 게 드라마다. 저희는 그걸 이해시키도록 연기하는 것이고.
-이미지가 강한 편인데 작품마다 역할이 다르다.
▶늘 듣는 말이 첫인상이 강하다는 거다. 이목구비가 너무 세서 강한 역 밖에는 못하지 않겠니 하는 얘기를 데뷔 초에 많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사랑'에서 날 선택해주신 곽경택 감독님은 청순가련형을 캐스팅하면 신파일 수 밖에 없어서 날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 그게 제게는 큰 도움이 됐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면?
▶제게는 '사랑'인 것 같다. 주진모 오빠나 감독님도 많이 가르쳐주셨고. 4개월간 내내 부산에서 합숙하다시피 하면서 같은 작품을 파고들었다. 지금 다시 영화를 보면 아쉬움이 많지만 그걸로 인해 많은 걸 배웠다.
-요즘 보고 있는 영화 중에서 탐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작품 때문에 센 영화를 많이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행복하고 예쁜 영화를 좋아한다. 최근 모니카 벨루치가 나온 '말레나'를 봤는데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는 제 성격처럼 덜렁덜렁한 캐릭터. 정신없이 바보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