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의 뒤늦은 복귀, 편안하게 그러나 강단있게

김현록 기자  |  2008.06.25 16:18


약 3년만의 복귀다. 배우 연정훈의 얼굴에선 기대와 두근거림이 읽힌다. 2년의 군복무, 7개월의 휴식은 초조함 대신 여유를 가져다 준 듯 했다. 쫓기다시피 쏟아지는 일정을 소화했던 입대 전과 비교하면 몸도 마음도 일단 편안해졌다.


"그 전에 너무 지쳤었나 봐요. 군대에 있는 것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너무 길더라구요. 1년 정도면 딱 좋았을 텐데."

연정훈은 한결 건강해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군대란 한번 다녀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군생활을 돌이켰다. 현역 입대는 아니었다지만 상근 예비역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연정훈은 출퇴근한다고 해서 공익근무요원과 상근예비역을 헷갈리면 섭섭하다며 "'1박2일' 나오는 상근이 이름을 듣고 마음이 짠했다, 상근이 힘들다"고 능청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연예인이라 더 힘들었어요. 군대가 연예계보다 소문이 더 빠른 곳이거든요. 사고 나면 안된다, 문제 일으키면 안된다, 보는 눈이 많은 거죠. 예전엔 PX가 한가했다는데 요즘은 전산화가 다 돼서 일반 상점보다 더 철저해요. 훈련마다 파견됐었는데 연예인이라고 열외가 안된다더라구요."


그가 군대에 가서 느낀 건 "그래도 군 생활이 더 쉽다는 것". 밥도 제 때 먹여주고 잠도 제 때 재워주는 군대 생활을 하고 나니 밤샘 촬영이 더 걱정이다.

하지만 장난스런 푸념도 잠시, 촬영을 앞둔 복귀작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연출 김진만)을 떠올리면 사뭇 표정이 진지해진다. 1960∼70년대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자 250억원이 들어가는 대작으로서 연정훈의 책임이 막중하다.

그가 맡은 동욱은 대규모 탄광 회사의 친아들이지만 명훈(박해진 분)과 운명이 바뀌어 동철(송승헌 분)을 친형으로 알고 탄광촌에서 성장하는 인물. 친아버지를 원수처럼 여기며 자라나 결국 검사의 지위에 오르지만 이후 출생의 비밀을 알고 혼란을 겪는다.

"대본 리딩에 나갔는데 꼭 데뷔작 찍는 기분이었어요. 긴장도 되고, 옛날 생각이 나더라구요. 동욱이는 특히 정부와 투쟁하고 제 목소리를 내는 시대의 용기가 많이 표현되는 캐릭터에요. 나름 힘을 줬는데도 작가 선생님께서는 좀 더 강하고 당차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요구하셨어요. 얼마 전에야 대사 톤을 결정했어요."

'에덴의 동쪽'은 연정훈과 송승헌과의 만남으로도 화젯거리가 됐다. '슬픈연가' 시절 갑작스레 입대한 송승헌 대신 작품에 투입됐던 연정훈이다. 그는 "너무 만나고 싶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슬픈연가'가 당시 소속사에서 제작한 작품이거든요. 안하려고 도망도 다녔어요. 결국엔 감독님을 만나고서야 출연을 결정했죠. 승헌이 형하고 저는 껄끄러울 일이 없어요. 제가 역할을 뺏은 것도 아닌데요. 오히려 제가 '땜빵' 해 준건데 승헌이 형이 저한테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형 동생으로 출연하게 돼 더 기분이 남다르다. 한번쯤 같은 작품에서 형 역할을 맡아줬으면 했는데 빨리 기회가 찾아왔단다. 연정훈은 "만났더니 참 형 같았다. 오래전부터 잘 알아온 사람 같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가 송승헌과 만날 때쯤엔 한창 50부작 대작에 쉴 틈이 없을 터. 뒤늦게 누리고 있는 신혼 생활의 여유도 다음 달이면 끝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직 연애하는 기분"이라는 말로 아내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동료 배우라는 생각은 솔직히 잘 안들어요. 딱 한 작품(KBS 1TV 일일극 '노란 손수건')을 같이 했는데 워낙 오래돼 생각도 잘 안나요. 이제 와 얘기지만 그땐 마음이 있어서 그냥 연기한 게 다 자연스럽게 보였죠 뭐.(웃음)"

부쩍 늘어난 능청은 그러나 새 작품에 대한 각오를 물을 땐 완전히 사라졌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각오. 연정훈은 말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딱 '요만큼'이 부족하다고 했다고. 그러나 딱 '요만큼'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말을 한 사람도 분명히 짚을 수는 없었다고.

'에덴의 동쪽'은 그가 부족한 '요만큼'을 찾아가는 작품이 될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그도 지켜보는 우리도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러나 3년을 기다려 50부의 강행군을 기다리는 연정훈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그 '요만큼'을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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