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36만1639명의 작지 않은 의미

김관명 기자  |  2008.07.01 15:18


그랬다. 차인표의 눈물을, 탈북자의 고통에 고집스레 카메라를 들이댄 김태균 감독의 진심을 관객은 결코 모른 채 하지 않았다. 안젤리나 졸리의 화려한 총질과 강철중의 까칠한 유머, 쿵푸에 빠져든 팬더의 익살 속에서도 그렇게 '크로싱'은 관객에게 다가선 것이다.


1일 영화사측에 따르면 지난 26일 개봉한 '크로싱'(감독 김태균)은 개봉 첫 주 서울 11만3720명, 전국 36만163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숫자로만 보면 같은 날 개봉한 안젤리나 졸리,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원티드'가 세운 105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 '강철중'에 이은 한국영화 기대작 제2탄으로서도 너무나 아쉽기만 한 기록이다.

하지만 '크로싱'을 본 관객은 다 안다. 이렇게 코믹과 액션과 조폭이 날뛰는 영화 틈바구니에서, 스릴러가 무슨 한국영화의 구세주인 것처럼 추앙되는 이 광기의 현실에서, '크로싱'이 천착한 그 아버지(차인표)의 순정과 아들(신명철)의 애달픔이 얼마나 순도 높은 것인지를.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영화를 보는 이 시간에도, 꽃제비(탈북 청소년)들은 여전히 구정물에 국수를 씻어 먹고 있을 것임을.


'크로싱'은 그 안 된다는 '탈북자' 이야기를 정면에서 다뤘다.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의 탄광노동자 차인표, 그리고 이런 아버지를 영웅처럼 여긴 어린 아들 신명철. 그런데 아내가 몹시 아팠다. 피를 쏟는 결핵이란다. 영양부족이란다. 하긴 먹을 게 뭐가 있었나. 게다가 돈도 없었다. 그래서 차인표는, 한 집안의 어깨 무거운 우리의 가장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차인표는, 남한에서라면 보건소에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그 약을 사러 중국에 몰래 갔더랬다. 이게 더한 비극의 시작인 줄은 까맣게 모른 채.

이 지점부터 대부분의 관객은 울기 시작했으리라. 차인표가 각혈하는 아내 몸보신 해주려 키우던 개까지 잡았을 때 울고, 이런 아버지가 못마땅해 아들 신명철이 울고불고 할 때 또 울었으리라. 결국 '크로싱'은 아버지와 아들의 뜨거운 만남과 헤어짐의 영화이자, 아내를 몹시 사랑한 한 남자의 절절한 순정에 대한 영화다. 다만 그 배경이 남루하고 안쓰러운 북한의 일상이라는 것. 사납고 폭력적인 북한 무장 군인들의 감시와 구타속에서, 헐벗고 배고프고 지저분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그 어린 꽃제비들의 일상이라는 것.


'크로싱'의 관객은 그러면서 또 다른 다짐을 했으리라. 남편인 관객은 집의 아내를 떠올리며 "오늘 밤 외식이라도 하고 어깨라도 주물러줘야지" 했을 테고, 아버지인 관객은 어린 자식 떠올리며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녀석과 재미있게 놀아야지" 했을 테다.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차인표의 진정성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36만1639명 관객의 가슴은 그날 밤 몹시도 뜨거웠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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