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의 베이징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자룡 역 후준, 손상향 역 조미, 조조 역 장풍의.(사진 왼쪽부터)
"중국 최초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도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멀티플렉스체인 메가박스의 현지 법인 대표 격인 앤디 정 총경리는 영화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감독 오우삼)에 대한 높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동양 최고의 고전 '삼국지'를 바탕으로 최고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담아낸 영화 '적벽대전'에 대한 현지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겉으로 드러난 조건만 따져도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800억이라는 아시아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할리우드에서도 이름 높은 액션 대부 오우삼 감독의 지휘 아래 양조위 금성무 장첸 등 중국의 톱스타들이 한데 모였다. 삼국지의 풍부한 이야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3부작 '반지의 제왕'처럼 1·2편이 동시에 제작됐다.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10일 동시에 개봉한다.
작품의 인지도나 인기 등에 따라 관람료를 3단계로 차등 적용하는 중국 극장에서도 '적벽대전'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관람료를 매길 계획. 가장 관람료가 비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버금간다. 오는 10일 베이징 산리툰에 2호점을 오픈하는 메가박스 관계자는 "기대감 높은 대작 '적벽대전'의 개봉 시기를 고려해 오픈 날짜를 잡았다"고 귀띔할 정도다.
2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중국 현지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는 자리였다. 취재진이 회견장을 빽빽하게 채운 가운데 참석한 10여명의 배우와 오우삼 감독은 1시간 넘게 선 채로 이어지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연달아 개별 인터뷰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오우삼 감독과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링은 물론 장풍의 조미 후준 우용 등 국내에서는 친숙하지 않지만 중국 내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극의 주역들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조조 역의 장풍의. '패왕별희'에서 장국영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중국의 국민배우라 일컬을만한 배우다. 한동안 스크린에서 은퇴했으나 이번 작품과 함께 돌아왔다. 다름아닌 장풍의가 조조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지에선 오우삼 감독이 조조를 긍정적인 면에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으로 치면 국민배우 안성기가 조조를 연기한 셈"이라고 관계자는 평가했다.
장풍의는 조조에 대해 "아주 재밌는 사람"이라며 "선과 악 모두를 갖춘 인물로 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자비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고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난기 어린 표정이 인상적인 그는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풍의는 "한국영화 가운데 좋은 작품이 너무 많다"며 "아직 전반적으로 부족한 중국 영화산업이 합작 등을 통해 한국을 배워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황제의 딸', 영화 '소림축구' 등으로 잘 알려진 조미는 오나라 군주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 역을 맡았다. 전쟁을 두려워 앉는 여걸로 중성적인 조미의 매력이 잘 살아난다. 조미는 "나도 성격이 활달하고 남성적인 면이 있어 감독들이 자주 중성적인 역할을 맡긴다"며 "여성스러움을 부각하려고 애썼는데 잘 됐는지 몰라 아쉽다"고 털어놨다. 조미는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송혜교와 친해졌다고도 털어놔 한국 취재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조자룡 역의 후준은 남모를 부상 고통을 털어놨다. 그는 "극 초반 조자룡이 유비의 아내와 아들을 구출해오는 장면을 봄과 여름 가을 3개 계절에 걸쳐 찍으면서 허리를 다쳐 한 달 정도 휴식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대 전쟁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라며 "합작한 여러 나라 가운데 한국도 있다. 여러분도 와서 봐주시길 바란다"는 홍보성 멘트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주유 역의 양조위도 베이징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을 반겼다. 올해 오랜 연인 유가령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이상형을 말하면 (그녀에게) 혼날 것 같다. 다 알지 않느냐"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양조위는 결혼식에 한국팬을 초청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그러고 싶지만 신변 안전을 위해…"라고 말끝을 흐리며 "친척 친구 위주로 조촐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