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풍의라는 이름은 한국인들에게 낯설다. 그러나 장국영과 함께 한 영화 '패왕별희'의 남자 주인공이라면 무릎을 칠 영화팬들이 있을까. 이후 장풍의는 중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고전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정치성 띤 작품에 연이어 등장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국민배우가 됐다.
첸카이거 감독의 '시황제의 암살' 이후 스크린에서 은퇴했던 장풍의는 오는 10일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을 앞둔 800억 대작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감독 오우삼)으로 돌아왔다. 주유 역 양조위와 제갈량 역 금성무가 입을 모아 맡고 싶었다는 '삼국지'의 야심가 조조가 그의 역이다.
'적벽대전'의 베이징 기자회견이 열린 2일 회견장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장풍의는 평범한 체격, 장난기 어린 인상에도 불구하고 힘찬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시선을 모으는 배우였다. 그는 "조조는 악역이 아니다"며 작품과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풍의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 때문에 조금은 왜곡됐다"며 "역사 속 조조는 적벽대전 전에는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영웅이다. 탁월한 군사가이자 정치가로서 적벽대전 전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를 갖고 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나름대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로맨틱한 사람이고 시를 좋아하고 여인을 사랑하는 면을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풍의는 조조에 대해 "아주 재밌는 사람이다. 선과 악 모두를 갖춘 인물"이라며 "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자비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사람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고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풍의는 "배우를 두고 개구장이 같은 모습을 보이면 안되고 늘 신비로운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하지만 배우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려면 평소에 낙천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유머를 잃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들어 한국 영화 산업이 아주 빠르게 발전했다"며 중국과 한국의 영화 합작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적벽대전'에도 한국 자본과 기술이 참여했다. 장풍의는 "'적벽대전'은 특수효과를 모두 한국측에서 했다"며 "너무나 프로페셔널해서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장풍의는 "한국영화에 좋은 작품이 너무 많다. 중국 영화산업이 아직 전반적으로 부족한데 한국과 중국이 서로 합작해 서로 배우고 부추기는 과정을 통해 중국영화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