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3집으로 돌아온 가수 옥주현
19살 소녀는 어느덧 어엿한 숙녀가 돼 있었다. '가요계 요정'이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그룹 핑클의 멤버였던 옥주현. 이제는 뮤지컬 배우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4년 만에 가수로 돌아왔다. 노래를 부르던 무대 위 그녀의 모습을 기억해 달라는 바람을 담은 세 번째 솔로 앨범 '리마인드(Remind)'다.
"가수는 본업.. 팬들 위해 돌아왔다."
4년은 길어도 너무 길다. 물론 옥주현이 마냥 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가수들이 TV 드라마에 도전할 때 그녀는 당시만 해도 조금은 낯설었던 뮤지컬에 도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2008년 뮤지컬 배우로 당당히 섰다.
그런데 다시 노래라니.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 그녀는 왜 가수로의 복귀를 계획했을까.
"가수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본업이잖아요. 뮤지컬 배우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저를 믿고 제 음악을 기다려주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다른 이유는 없다. 음악은 그녀의 뿌리다. 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팬들은 지금의 그녀를 만든 원동력이다. 어떻게 그들을 배신할 수 있겠는가.
옥주현은 "팬들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줄 몰랐다"며 연거푸 미안한 속내를 털어놨다.
"여전히 무대 서기 전 청심환 먹어."
1998년 핑클 1집 '블루 레인(Blue Rain)'으로 가요계 데뷔했으니, 그녀도 벌써 10년이다. 이 정도면 무대에 서는 것이 '누워서 떡먹기' 일 법한데 옥주현은 여전히 청심환을 먹고 무대에 오른다며 살짝 비밀을 털어놨다.
"모르셨죠? 저 무대에서 정말 떨어요.(웃음) 생방송할 때는 아직도 청심환 먹는다니까요. 하하하. 그래서 매니저나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주현아, 너 무대에서 진짜 떠는구나'라고 얘기하시며 웃으신다니까요."
여전히 무대는 그녀에게 가슴 설레는 곳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곳에 서면 옥주현은 가슴 콩닥거리며 두 손을 잡고 기도하던 소녀로 돌아간다. 어쩌면 가수로의 복귀는 그녀에게 초심을 다잡게 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뮤지컬 배우' 기대해 달라."
오랜만의 가수 복귀와는 별개로 옥주현의 뮤지컬 배우로의 행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음반 활동만으로도 바쁠 요즘 그녀는 오는 11일 개막 예정으로 뮤지컬 '시카고'를 준비 중이다.
"본업은 가수지만, 평생 하고 싶은 건 뮤지컬 배우에요.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꿈꿨던 일이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세월이 지날수록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옥주현의 경우 장난스레 뮤지컬에 도전하는 여느 스타들과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기본에 충실했고, 핑클의 멤버 옥주현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시작했다.
결국 그녀의 노력은 빛을 발했고,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부터 여우주연상까지 받으며 그야말로 인정받는 뮤지컬 배우가 됐다.
"어느 날 문득, 선배들께서 '주현이 이제 진짜 뮤지컬 배우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때 어찌나 행복하고 뿌듯했는지요.(웃음) 아직도 그 순간만 생각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뻤다니까요."
그러면서 옥주현은 "진짜 옥주현을 보러 오세요"라며 뮤지컬 무대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꼭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그녀는 최근 많은 가수들의 뮤지컬 배우 도전에 조언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어느 분야든 만만치 않겠지만, 뮤지컬은 진짜 매니저가 옆에서 다 해주길 기다리면 안돼요. 다 내려놓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모난 돌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부드러워지듯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단박에 뮤지컬 배우로 유명해지려고 해서는 안 돼요."
그녀는 기다릴 줄 아는 여유, 팬들의 질책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필드에서 뛰며 이 같은 사실을 체감한 그녀, 앞으로 10년이 기대된다.